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실현시…"에너지가격 상승세 고착화"

통행료·보험료, 유가 반영 불가피…정치적 리스크도 커져
이란쪽 해안선 피하는 항행이나 육로 운송 확대에도 한계

호르무즈 해협.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요구함에 따라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것(통행료 징수)을 합작 투자(joint venture)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이란과 공동으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칼럼니스트 론 부소는 "이러한 구상이 실제로 어떻게 운용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나 이란이 유리하게 고지를 점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란은 드론·미사일·기뢰를 이용해 수십 척의 선박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고, 이는 공식적인 봉쇄 없이도 강력한 협상 압박 수단이 된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이 가능했던 만큼, 이란이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면 이는 미국의 전략적 후퇴로 기능하게 된다.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의 석유·가스 부문에는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한국·중국·일본·인도 등도 마찬가지다.

이란이 선박 통과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리스크가 한층 늘어나기 때문인데, 일례로 이스라엘 소유 선박의 통항을 전면 금지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하기 위해 선적을 지연시키는 식이다.

부소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전 세계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징수할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1회 통과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기준 중동에서 중국까지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한 척을 전 구간 용선하는 데 드는 총비용과 맞먹는다.

여기에 페르시아만에 진입하는 유조선과 LNG 운반선에 대한 보험료가 더 뛰어올라 운송 비용을 더욱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동안 오만 해안선에 바짝 붙으려고 시도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 전체 통항량이 극도로 제한되는 데다, 여전히 이란의 공격 사정권 안에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사우디와 UAE는 전쟁 기간 구축한 대체 원유 수출 경로를 향후에도 몇 년 이상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아람코는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로 원유를 보내기 시작했고, UAE 역시 후자이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량을 우회시켰다.

다만 용량이 제한된 데다 중동 분쟁과 관련한 긴장 국면의 영향 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이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