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발트해 러 석유시설 공습 강화…'중동전쟁 횡재' 막는다

이란 전쟁으로 러 석유 수출액 2배로…푸틴의 전쟁자금 확충 저지 나서
이란發 오일충격에 더해 에너지 불안 고조 측면도…"일부 동맹국, 자제 요청"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레닌그라드 주 우스트루가에서 우크라이나의 공격 이후 러시아 발트해 항구 도시 우스트루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2026.03.2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러시아가 반사 이익을 얻자, 우크라이나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 내 에너지 시설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말부터 러시아 해상 원유 수출량의 약 45%를 담당하는 우스트루가와 프리모르스크 항구에 5차례 드론 공습을 가해 선적을 중단시켰다.

우스트루가는 화재로 석유 수출을 중단해야 했고, 프리모르스크에서는 석유 저장 탱크 8개가 파괴돼 전체 저장용량의 40%가 손실됐다. 블룸버그통신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공격의 여파로 러시아의 석유 수입이 10억 달러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또한 3월 한 달 동안 러시아 서부의 정유시설, 석유 터미널, 항만 등 10곳의 석유 산업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러시아 정부에 "미사일과 탄약으로 향하는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는 것을 봉쇄하기 위한 "조직적인 정밀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 시설을 겨냥한 공격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 20%가 감소했다.

에너지 수출, 러 수입 4분의 1…이란전쟁에 2배로 늘어
러시아산 원유 73만 배럴을 선적한 유조선 아나톨리콜로드킨호가 31일(현지시간) 쿠바 마탄사스 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6.4.1. ⓒ AFP=뉴스1

지난 2024년 초부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석유 시설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석유·천연가스 수출이 국가 예산 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의 주요 자금줄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이에 지난해 9월까지 러시아 석유 정제 설비의 약 20%가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으로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유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러시아는 지난해 석유·가스 수입이 거의 4분의 1이 감소했고, 재정 적자는 2009년 이후 최고치인 720억 달러(약 10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상황은 러시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급변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중동 석유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대안으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재무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오는 11일까지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의 판매를 승인했다. 중국과 인도 등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석유 수입이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감소세를 보이던 러시아의 석유 수출액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1월 하루 평균 1억 35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서 지난달 2억 7000만 달러로 두 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린 카네기 센터의 세르게이 바쿠렌코 선임연구원은 생산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이달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수입의 두 배인 최소 128억 달러(약 19조 원)의 석유세를 징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 '횡재' 막아라" 우크라 공세에…일부국 '에너지위기 악화' 우려
우스트루가 석유 제품 터미널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유가 급등으로 수혜를 보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에너지 시설 공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발트해 에너지 시설뿐만 아니라 흑해에서 활동하는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석유 밀수출 선단)의 유조선 공격에도 나섰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공습이 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일부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러시아의 석유 부문, 즉 에너지 부문에 대한 우리의 대응 수위를 어떻게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발트해 수출이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므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석유시설을 공격해 국제 유가를 자극하면, 러시아산 석유의 가격이 올라 러시아 정부의 세입도 증가한다는 문제도 있다. 다미앙 에른스트 벨기에 리에주대 교수는 "이는 분명한 상충 관계"라며 "러시아 항구에 대한 공습이 수출량을 감소시키지만, 물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NYT에 전했다.

블라디슬라프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고문은 공습이 "가시적인 방식으로 러시아의 수출 시스템을 교란하고 있다"며, 러시아 항구에서 유조선 선적 감소, 불규칙한 항구 운영이 목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쿠렌코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공습 전략을 두고 "이러한 공격을 지속할 수 있다면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면서도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