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톨릭 추기경 성묘교회 출입 저지…비난 빗발에 철회
이란 전쟁 발발로 예루살렘 내 성지 폐쇄…"기독교인 무시" 비판
네타냐후 "안전 우려 때문…당국에 즉각적 출입 허용 지시"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스라엘 경찰이 29일(현지시간) 부활절을 일주일 앞두고 가톨릭 추기경의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성묘 교회 접근을 막아섰다가 거센 비난을 받은 뒤 이를 뒤늦게 허용했다.
AFP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미국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종려주일(성지주일·매년 부활절 일주일을 앞둔 일요일)이었던 이날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과 성지 관구장 프란체스코 이엘포 신부의 교회 진입을 저지했다.
기독교에서 종려주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기 며칠 전 예루살렘에 마지막으로 입성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라틴 총대주교청은 성명에서 피자발라 추기경과 이엘포 신부가 의례적인 행렬 없이 개인적으로 이동하던 중 교회 입구의 경찰관들에 의해 강제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수 세기 만에 처음으로 교회 수장들이 성묘 교회에서 종려주일 미사를 집전하는 것이 저지됐다"며, 이번 사건을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감정을 무시한 "중대한 선례"라고 지적했다. 총대주교청은 이미 종려주일 행렬을 취소했다며 이스라엘의 조치가 "명백히 부당하고 지나치게 불균형적"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란 전쟁의 여파로 유대교 회당, 교회, 이슬람 사원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은 예루살렘의 모든 성지가 폐쇄된 상태라며 "구시가지와 성지는 대형 응급 구조 차량의 접근이 어려운 복잡한 지역으로, 대응 능력을 크게 저해하고 대규모 사상자 발생 시 인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종교 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사건이 "신도들뿐만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모든 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이번 사건을 "종교의 자유와 성지 보호에 관한 오랜 원칙을 위반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예루살렘 성지가 이란의 "반복적인 공격 대상"이 돼왔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였다며 "악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고, 단지 본인과 일행의 안전을 염려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추기경이 예루살렘 성묘 교회에 즉각적이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관련 당국에 지시했다"며 "사건에 대해 알게 되자마자, 총대주교가 원하는 대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당국에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에서 모두 중시되는 지역이다. 기독교인들이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안치됐다가 부활했다고 믿는 성묘 교회, 유대인들이 기도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는 통곡의 벽이 이 도시에 있다.
특히 도시 내 알아크사 사원으로도 불리는 성전산은 과거 예루살렘 성전이 있던 곳으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모두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6월 중동전쟁에서 예루살렘 동부를 점령했지만, 이곳이 종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이어서 안보 통제권만 갖되 종교적, 행정적 관리는 이슬람권이 맡는 식의 묵시적 합의를 요르단과 체결했다.
한편 지난달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은 이스라엘이 라마단 성월 기간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모스크를 무슬림 예배자들에게 계속 폐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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