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지도자는 '그림자 실세' 모즈타바…군부 밀착한 강경파

공식 직책 없이 막후 영향력 행사해 온 하메네이 차남
이라크와 전쟁 당시 혁명수비대 복무하며 군 내 지지세력 구축

이란 최고지도자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 가 선출됐다고 로이터·AFP 통신이 국영 언론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차기 최고지도자는 적에게 미움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 같은 유지를 남겼다고 한다.

이란의 헌법 기구인 전문가회는 그의 뜻을 받들어 하메네이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6)를 제3대 최고지도자를 선출했다.

모즈타바는 정예군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긴밀하게 유대해 온 강경 보수파 성직자다. 부친의 문지기로서 막후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정부 직책을 맡은 적은 없지만 최고지도자 비서실(베이트)의 실질적 운영을 맡으며 이란의 정치·안보·금융 정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말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 문건에서도 모즈타바는 "장막 뒤의 권력"으로 표현됐다. 2019년 미국 재무부는 모즈타바를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그가 "선출되거나 임명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최고지도자를 공식적으로 대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10대 때 이란·이라크 전쟁 참전해 IRGC 복무
이란 전문가회의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지도자로 선출했다고 이란 인터내셔널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모즈타바 하메네이 (오른쪽)가 2024년 10월 1일 이란 테헤란에 있는 헤즈볼라 사무실을 방문한 모습. 2024.10.01. ⓒ 로이터=뉴스1

1969년생인 모즈타바는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나 테헤란 명문 알라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0대 후반에는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혁명수비대 제27사단에서 복무했다.

이후 시아파 신학 중심지인 쿰 신학교에서 종교 교육을 받으며 보수파 성직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그러다 저명한 보수 정치인 골람알리 하다드아델의 딸과 결혼했으나 부인은 부친 하메네이와 함께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

모즈타바는 혁명수비대 복무 경력을 바탕으로 군 조직 내부에 강력한 지지 세력을 구축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핵무기없는이란을위한연합(UANI)의 카스라 아라비는 "모즈타바는 혁명수비대 내부, 특히 젊은 강경파 장교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9년 대선 이후 '녹색운동' 시위를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를 동원해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모즈타바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소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2026.03.07. ⓒ 로이터=뉴스1
세습 통치에 대한 반감 커…성직자 등급도 낮아

하지만 왕정을 타도하고 세워진 공화국에서 '부자 세습'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9년과 2022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모즈타바가 지도자가 되는 건 못 본다"는 팻말과 구호가 등장한 바 있다.

최고지도자는 이란의 정치적 지도자일뿐 아니라 시아파 무슬림의 정신적 지주로서 높은 종교적 권위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모즈타바의 성직자 등급은 '호자톨레슬람'으로 최고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최고 등급인 '아야톨라'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하메네이도 생전에 집권할 당시 등급이 아야톨라는 아니었지만, 모즈타바의 경우 그보다 종교적 권위가 훨씬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종교적 정통성의 부족은 성직자 사회와 일반 대중 사이에서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3.03 ⓒ AFP=뉴스1
일단 트럼프에겐 "용납할 수 없는 지도자"

강경 보수파인 모즈타바의 집권은 이란이 서방과의 협상이나 타협보다는 대립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를 "용납할 수 없는 선택"으로 규정했고, 그의 집권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또한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는 명백한 제거 대상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문가회의 고위 성직자 모센 하이다리 알레카시르는 이번 인선이 "적으로부터 증오를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선대 최고지도자의 유지를 따른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즈타바는 신정체제의 존속과 내부 결속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권력을 강화하며 국내외 도전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군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친와 아내 등 가족을 잃은 개인적 비극은 서방에 대한 타협 불가능한 적대감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물려받은 것은 폐허에 가까운 이란이다. 극심한 경제난과 부패하고 무능한 국가기관, 정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에 직면해야 한다. 전쟁이 끝난다 해도 정치적·사회적 붕괴를 막기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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