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반군 "이란 진격 47년 준비…미군이 먼저 길 열어줘야"

"전투원 움직인다면 알게 될 것"…이미 이란 진입했단 관측은 부인
"美의 전쟁이지만 자치 확보할 기회"…산악용 차량 대량구매도

2월 12일(현지시간) 이라크 에르빌 외곽의 기지에서 쿠르디스탄 자유당(PAK) 소속 이란 쿠르드 전투원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2026.02.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라크 북부에 망명해 주둔 중인 이란계 쿠르드족 무장 단체들이 이란으로 진격해 지상전을 벌이기 위해 준비 중이며 미국의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다만 이미 전투원들이 이란 국경을 넘었다는 설은 부인했다.

5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라크 북부를 거점으로 이란계 최대 무장 병력을 자처하는 쿠르디스탄 자유당(PAK)의 하나 야즈단파나는 "우리는 이슬람공화국(1979년 수립된 이란 신정 체제) 시대가 시작된 이후 지난 47년 동안 (이란 공격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합체를 구성한 이란 반체제 쿠르드 단체 6곳이 정치·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전투원들이 이란에 이미 진입했다는 관측은 부인했다.

그는 "단 한 명의 '페슈메르가'(전사)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아무도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형제들이 움직인다면 우리가 알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페슈메르가란 쿠르드어로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야즈단파나는 전투원들이 이번 주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으며, 미국이 쿠르드 전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진격로를 여는 등 선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야즈단파나는 "이란 정권의 무기고가 파괴되지 않으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이란 정권은 매우 잔혹한데, 우리의 가장 첨단 무기는 칼라시니코프 소총뿐"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인구는 약 9000만 명으로, 그중 약 600만~9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은 오랫동안 정권의 탄압을 당해 왔다. 이란계 쿠르드 반군은 이를 피해 이라크 북부에서 오랫동안 무장 단체를 운영해 왔다.

이라크 내 이란계 쿠르드족 내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공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란 쿠르디스탄 민주당(KDPI)의 부총재 무스타파 마울루디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우리의 희망 때문에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이익 때문"이라면서도 "그들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기지들을 공격하고 있고 이것은 우리에게, 또 우리가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쿠르디스탄 코말라당(Komala) 사무총장 압둘라 모흐타디 역시 "우리는 이란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조직된 집단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변화의 기회를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란계 쿠르드족 반군 관계자가 최근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서 전투용으로 활용하기 적합한 산악용 사륜구동 차량을 대량으로 구매했다는 등 이들의 이란 공격 준비를 암시하는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쿠르드인들은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산악민족으로, 약 3000만~4500만 명이 튀르키예·시리아·이라크·이란의 산악지대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다.

이란계 쿠르드인들은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북부 지역에서 사실상 자치를 확보한 선례를 따라 이란 내에서 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미국의 참전 요청에 응할 태세다.

BBC는 쿠르드족이 얼마나 많은 병력을 동원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한 쿠르드족 언론인은 "이미 (이란) 내부에 있는 병력을 포함하면 수천 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