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전 독재자 카다피 차남, 자택에서 총격 피살
'아랍의 봄' 유혈진압 혐의로 사형선고 후 사면…대선 출마 시도도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리비아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유력한 후계자로 여겨졌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53)가 3일(현지시간) 총에 맞아 사망했다.
AFP통신,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사이프는 이날 오후 2시쯤 리비아 서부 도시 진탄의 자택에서 무장 괴한 4명의 습격을 받고 숨졌다.
사이프의 정치 고문 압둘라 오스만 압두라힘은 성명에서 "복면을 쓴 남성 4명"이 사이프의 집에 난입해 그를 총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사이프의 프랑스 변호사 마르셀 세칼디는 사이프의 측근을 인용해 사이프가 며칠 전 자신에게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그는 주변의 보안 요원 지원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 리비아 검찰총장실은 수사관들과 법의학자들이 사이프의 시신을 검사한 결과 그가 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1972년 트리폴리에서 태어난 사이프는 리비아의 전 독재자 카다피의 둘째 아들이다.
런던정치경제대(LSE)를 졸업하고 영어에 능통했던 사이프는 카다피 정권 당시 온건파, 개혁가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사실상 리비아의 2인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의 민주화 혁명이 리비아에 일어나자, 사이프는 "피의 강이 흐를 것"이라며 반체제 세력 탄압에 앞장섰다.
2011년에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 대상에 올랐다. 이후 사이프는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하자 탈출을 시도하다가 체포됐다.
리비아 법원은 ICC와 협상 끝에 재판 권한을 부여받았고, 사이프에게 평화적인 시위를 가혹하게 진압한 혐의로 2015년 궐석 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했다.
사이프는 2017년 일반 사면으로 석방된 뒤 진탄에서 야인 생활을 했다. 2021년 12월 리비아 대통령 선거에 후보자 등록을 하며 재기에 나섰지만, 사이프의 출마는 반카다피 정치 세력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선거는 정치적 불안정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됐다.
리비아 전문가 에마데딘 바디는 사이프의 죽음이 "상당수 국민에게 순교자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통령 선거의 주요 장애물을 제거해 선거 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밝혔다.
리비아는 카다피 정권 붕괴 뒤에도 혼란이 계속돼 현재 유엔이 지원하는 트리폴리 기반 리비아 통합정부(GNA)와 동부 정부, 그리고 각 지역의 민병조직 등으로 세력이 나뉘어 있는 상태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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