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추며 노래" 이란 시위 희생자 장례식, 억압 정권 저항 분출
유족들, 히잡 벗고 자식이 좋아하던 대중가요 맞춰 춤추며 장례식 거행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사망한 젊은이들의 장례식이 이슬람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한 춤과 노래 속에 거행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이란 정부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대중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8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밀라드(17)의 장례식에는 생전 그가 좋아하던 이란 가수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노래에 맞춰 춤 추며 밀라드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또 다른 19세 사망자의 장례식장은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 한 유족은 "시신을 받을 때 결혼식처럼 집을 꾸몄다. 확성기를 설치하고 차고에 큰 천막을 쳤다. 잔치하듯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며 "딱 하나 다른 점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일부 장례식 영상에는 히잡(무슬림 여성의 머리 가리개)을 벗은 여성들이 환호하며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대중가요에 맞춰 춤 추는 장면이 담겨 있다.
프랑스 로렌대학의 사회학자 사이드 파이반디는 "반국가적 가치로 여겨지는 음악과 춤이 장례식에 사용되고 있다"며 "이란 사회 전체와 개인의 삶에 종교적 규범을 강요하는 신정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이란 정부를 향해 '자유를 위해 순교한 이들을 위해 울지 않겠다. 그들은 옳았고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말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에서는 연말연시 전국적으로 경제난과 이슬람 신정 체제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미국·이스라엘과 연계된 폭도, 테러범, 모하렙(신의 적)이라 부르며 무자비하게 진입했다.
이란 국영 TV는 시위 과정에서 총 3117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인권 단체들은 실제 사망자가 최대 2만 명에 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란 정부는 유족들에게 시신 인도를 대가로 거액을 요구하거나 고인이 친정부 무장 단체 소속이라는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 사상자 수를 부풀리고 이들을 공격한 시위대를 폭도로 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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