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사격 당한 시신가방 행렬"…이란 유혈진압 대량살상 참상

옥상 저격수 무차별적 발포…병원에 총상 시신·환자들 쇄도
사망자 수천명 추정…이란 당국 "'테러리스트' 책임" 전가

이란 테헤란 반정부 시위. 로이터통신이 제3자로부터 제공받은 사진. 2026.01.08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줄지어 놓인 시신 주머니들, 병원 복도를 채운 총상 환자들, 총에 맞은 아들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여성.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17일째인 13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의 통신 차단 속에서도 잔혹한 진압 정황을 말해주는 영상과 목격자 증언이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옥상 저격수 무차별적 발포…줄지은 시신 주머니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정부군이 자동소총으로 보이는 무기로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포했다고 말했다.

테헤란 도심 옥상에 배치된 저격수들이 군중을 향해 사격했다거나 보안요원이 차를 몰고 지나가며 군중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NYT가 검증한 영상에는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수백발의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담겼다. 1월 9일 자로 표시된 6분짜리 영상에는 경찰서 옥상에서 발사되는 총구 화염과 함께 한 사람이 경찰서 안뜰로 끌려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테헤란의 한 주민은 보안군이 젊은 남녀 군중을 향해 일제 사격을 가했고 사람들이 서로 위로 겹쳐 쓰려졌다고 했고, 이란의 한 사업가는 "한 젊은이가 머리에 총을 맞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또 다른 사람이 무릎에 총을 맞는 것도 봤다"고 NYT에 말했다.

병원에서도 강경 유혈진압 참상에 대한 증언이 잇달았다. 테헤란 북부 한 병원의 간호사는 동시에 총상 환자 19명이 몰려왔다고, 또 다른 병원 의사는 시위대가 처음에는 산탄총 부상으로 들어왔지만 지금은 총상과 두개골 골절로 실려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사는 "이건 대량 살상 상황"이라며 "내가 본 외상 환자들은 잔혹했고 명백히 사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시신을 찾으러 온 가족들은 굴욕적인 자백을 강요받고 있으며 부상자는 회복 즉시 체포되고 있어 가족들이 탈출을 돕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사망자 수천 명 추정…이란 정부 "테러리스트 책임"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수 집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 인권단체는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 정보기관이 60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보수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대 1850명과 정부군 및 군 135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란 인권센터(CHRI)의 하디 가에미 전무이사는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모든 정황은 최근 며칠간 대규모 학살이 벌어졌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실제 공개된 영상 속에서 줄지어 놓인 시신 주머니들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정부 활동가들이 올린 영상에서는 지퍼가 열린 시신 주머니 속 피투성이 시신 위에 가족들이 모여 울부짖는 모습이, 이란 국영TV 영상에는 영안실 직원이 방바닥에 가지런히 놓인 시신 주머니들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이 나온다. 리포터는 "평생 이런 영상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이례적으로 이번 시위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인정했지만 시위대를 책임을 소요를 조장한 '테러리스트'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번 정치 탄압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골람 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이란 사법부 수장은 "순교자들과 사망자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 단호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보건부 고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약 3000명이 사망했다면서 이 중에는 수백명의 보안 요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