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1위 경제국 남아공 아닌 나이지리아…GDP 추월
-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나이지리아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1위 경제국으로 등극했다. 아프리카 경제 지형 변화의 신호탄이며, 아프리카 최다 인구대국이자 원유 최대 수출국에 해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음을 입증한다.
나이지리아 통계당국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80조2200억 나이라(약 5099억달러)를 기록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GDP 계산법 변경 전에 42조3000억 나이라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남아공보다 1900억 달러 더 많다. 계산법 변경으로 GDP 대비 공공부채 비중은 2012년 19%에서 지난해에는 11%로 줄었다.
대다수 정부들은 생산에서의 변동을 반영하기 위해 수년에 한번씩 GDP 계산법을 바꾼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1990년 이후 한차례도 수정하지 않았다. 이번 계산법 수정으로 전자상거래, 이동통신산업, '날리우드(Nollywood, 나이지리아 영화산업)' 등이 새롭게 포함되면서 GDP가 늘어났다.
나이지리아 통계청 고위임원인 예미 케일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수치를 보며 우리도 놀랐다"며 수치 확인 작업만 세번이나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은 "당신이 나이지리아에 있지 않다면 아프리카에 없는 것이다"라는 말로 흡족함을 나타냈다.
나이지리아는 청년 인구가 많고 고속성장을 하고 있어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 중 한 곳이다. 올해 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은 아프리카 판매용으로 나이지리아 현지서 수천대의 자동차를 처음으로 생산한다.
미국 제너랄 일렉트릭(GE)은 민간 공장들에 전력을 공급할 신규 발전 터빈에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P&G는 최근 제 2 기저귀 생산 공장을 최근 완공했다. 이는 나이지리아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정상에서 밀린 '브릭스' 남아공, 자존심 타격
나이지리아의 1위 등극은 남아공에는 상징적 타격 이상의 것이다. 남아공은 그동안 아프리카 1위 경제대국이란 위치를 발판삼아 세계 열강들의 모임에 이름을 올려왔다. 남아공은 1999년에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했고, 2010년 이후로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과 더불어 '브릭스(BRICS)' 국가로 불려왔다.
나이지리아의 부상은 우선적으로 인구 수에서 비롯됐다. 유엔에 따르면 인구는 2050년에는 남아공의 7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45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4위 인구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은 해외 투자를 이끌어 내는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남아공은 인프라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프리카 1위이다. 인구는 나이지리아의 3분의 1 정도이지만 10배의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활력을 잃고 있다. 남아공 전력의 95%를 담당하는 국영업체 에스콤은 지난달에, 강우로 석탄 공급이 차질을 빚자 정전 조치를 내렸다.
부패로 국가 이미지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19일 남아공의 국민권익보호원은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사저 보안시설 공사에 2300만달러의 정부지원금을 부당하게 집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주마 대통령은 "공적자금을 쓰지 않았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기업하기 좋은 국가' 순위서 최하위권
그렇다고 나이지리아가 부패에서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지난 2월에 라미도 사누시 중앙은행 총재가 국영석유 업체에 대해 210억달러를 횡령했다고 비난하자 그의 옷을 벗겼다. 국영석유 업체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기업환경에서도 열악하다. 세계은행(WB)의 '기업하기 좋은 국가' 올해 순위에서 남아공은 41위인 반면, 나이지리아는 147위를 차지했다. 세금 납부, 부동산 등록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나이지리아는 남아공에 뒤진다. 노동인구의 약 9%만이 고용돼 있다. 지난달에는 5000명 공무원을 뽑는 정부 주최의 취업박람회에 25만명의 청년들이 몰려 들어 16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나이지리아에 있는 해외 기업의 일부는 투자를 줄이기도 한다. 주요 석유 기업들은 괴한들이 파이프라인에서 매일 수십만 배럴의 석유를 빼내 가지만 나이지리아 군 당국이 이를 제지하지 못한다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 바다에는 해적 출몰도 빈번해서 보험사들은 소말리아만큼의 보험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번 GDP 수치를 가치절하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1억7000만명으로 5000만명이 조금 안되는 남아공보다 인구가 3배 이상 많기 때문에 남아공의 경제 활동이 그만큼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즉, 1인당 GDP에서 남아공은 나이지리아보다 3배 이상 높다.
나이지리아 애널리스트 비스마르크 르웨인은 GDP 수치 변화는 "허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이지라는 인구는 GDP 수치 변화로 나아지는 것이 없다. 은행에 돈이 더 들어오는 것도, 음식을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인구 대국으로서 미래에의 투자
하지만 나이지리아와 남아공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부 기업들은 떠나고 있지만 새롭게 나이지리아를 찾는 기업들도 있다. 8500만명에 달하는 18세 미만 인구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얌브랜드는 25번째 KFC 체인점을 올해에 오픈했다. 도미노피자는 5개 체인점을 갖고 있다. 소매유통체인인 숍라이트는 8개 매장을 세웠다.
남아공의 경우에는 이 같은 투자가 최근에는 활발하지 않다. 지난해 성장률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1년 동안 신흥국 시장 혼란에 남아공 랜드는 미 달러 대비 20% 가치 절하됐다.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는 160달러어치의 남아공 주식과 채권을 매각했다.
반면, 나이지리아에서는 과격 이슬람 단체 보코하람에 의해 지난 3개월 동안에만 1500명이 숨졌다. 이 단체는 남아공 통신사 MTN 소유의 기지국 다수를 폭파하고 수리 담당 직원들을 살해했다. 다만, 이 같은 피해에도 MTN의 가입자는 55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남아공 전체 인구를 넘어서는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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