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후광'에 룰라 정권 불만까지…브라질 대선 우파 1위 배경
'쿠데타 모의' 전 대통령 아들 보우소나루, 예상밖 선전으로 결선행
"중남미 우경화 흐름…인근 콜롬비아·칠레·페루서도 우파 당선"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예상 밖의 1위를 차지하며 결선행에 올랐다. 정치권 안팎에선 전직 대통령인 아버지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과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변을 만들어 냈다고 보고 있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4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우파 성향 보우소나루 의원은 47%의 득표율로, 45%를 얻은 좌파 성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을 제쳤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룰라 대통령의 근소한 우세가 예상됐었다.
1차 투표에서 유효표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득표율 상위 2명인 보우소나루 의원과 룰라 대통령은 오는 2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AFP는 결선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의원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한 뒤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의원을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 낙점했다.
이전까진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고,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야망을 드러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농부 출신 마르시오 브라가는 AFP에 "유권자가 플라비우를 좋아하는 건 아버지의 정치적 사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르시오 말타 플루미넨세 연방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아버지가 수감되어 투표권을 박탈당하고 공식 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못해도 '보우소나루'라는 이름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했다.
심지어 보우소나루 의원은 1차 투표에서 아버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18년과 202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얻었던 득표수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AFP는 설명했다.
낮은 룰라 정부의 지지율도 작용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약 50%가 정부에 불만을 갖고 있다. 물가 상승과 불안정한 치안은 사회 전반에 걸쳐 정부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다고 AFP는 전했다.
62세 간병인 오스카르나 데 올리베이라는 AFP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뭔가 변화가 있는지 보기 위해 보우소나루에게 투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보우소나루 의원의 자유당은 양원 모두에서 최대 정당이 됐다.
브라질리아에 사는 은퇴한 사업가 72세 루시아 바루스는 "전혀 놀랍지 않다. 브라질 국민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은 중남미 우경화 흐름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백악관에 재입성한 이후 라틴 아메리카의 친미 세력은 단 한 번도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콜롬비아, 칠레, 페루에선 좌파 정권에 의해 억압됐다며 자유를 되찾겠다고 공약한 우파 성향 후보가 당선됐다.
보우소나루 의원도 선거 기간 열렬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아버지의 "온건한" 버전으로 자신을 내세웠다.
악재로 여겨졌던 부패 스캔들의 논란도 연방 대법원과 정부로 부패로 초점이 옮겨가며 오히려 보우소나루 의원이 이득을 보게 됐다고 AFP는 평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은행가 다니엘 보르카루가 자금을 댄 아버지의 전기 영화 제작과 관련해 부패·자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다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사건 재판을 담당했던 연방 대법관도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사법부의 이미지가 훼손됐다.
여러 전문가는 보우소나루 의원이 자신의 의혹을 연방 대법원과 정부로 돌리는 데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결과적으론 룰라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 분석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연방 대법원을 둘러싼 문제가 없었다면 보우소나루 진영의 승리는 압도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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