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유엔서 트럼프 직격…"주권 공격 용납 못해"

보우소나루 쿠데타 모의혐의 재판 관련 "민주주의는 협상 불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9.23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브라질의 주권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이날 제80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주권에 대한 공격과 자의적인 제재, 일방적인 개입이 규칙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국의 사법 절차에 대한 미국의 연이은 제재 조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언이다.

양국 갈등의 중심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재판이 있다.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 패배 후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며 브라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알렉산드레 드 모라에스 대법관을 제재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의 사법 주권도 강하게 옹호했다. 그는 보우소나루가 "완전한 방어권을 보장받았다"고 강조하며 "브라질은 전 세계의 모든 독재 지망생과 그 지지자들에게 우리 민주주의와 주권이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내정간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다자주의의 위기와 민주주의의 약화 사이에는 분명한 유사성이 있다"며 권위주의의 재부상을 경고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며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잔해 밑에 묻히면서 국제법도 함께 묻히고 있다"고 통탄했다.

이번 총회 직전에도 미국은 보우소나루의 재판을 주재한 판사의 아내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 브라질 고위 관리 6명의 비자를 전격 취소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 보건부 장관이 총회 참석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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