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엘라! 라라라!"…아르헨 거리응원 76세女 '국민 할머니' 열풍
골목서 열띤 응원 SNS 통해 확산…연승 거치며 '행운의 부적' 자리매김
"랜선 손주들과 있겠다" 카타르행 거절…양로원 찾는 청년 덩달아 증가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카타르 월드컵 기간 아르헨티나에서 뜻밖의 '국민 할머니'가 탄생했다. 일흔을 훌쩍 넘은 할머니가 청년들과 함께 거리 응원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다.
18일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폴란드전이 있던 날 부에노스아이레스 서부 리니어에서 어르신 한 분이 골목길 '파티'에 합류하자 모두가 환호했다"면서 "'틱톡 시대'에 이 과정은 모두 기록됐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마리아 크리스티나씨(여·76)를 자신들의 할머니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지 SNS 등지에는 마스크를 쓴 백발의 할머니가 아르헨티나 국기를 들고 뛰어나오자 웃통을 벗은 젊은 남성들이 일제히 환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할머니를 둘러 싼 채 방방 뛰며 "아부엘라! 라! 라! 라!"라고 연달아 소리쳤다. 아부엘라(abuela)는 스페인어로 '할머니'를 뜻한다.
할머니는 이어진 호주전과 네덜란드전, 준결승 크로아티아전에서 이 같은 거리 응원을 이어갔고 이 모습은 SNS를 타고 빠르게 전파됐다. 인사이더는 "크리스티나씨가 아르헨티나의 토너먼트 경기 연승과 함께 '행운의 부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와 함께 또 다른 희망의 아이콘을 얻게 됐다. 그러나 크리스티나씨는 16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나는 자녀가 없다"고 깜짝 고백했다. 이어 "너무 떨려서 지금까지 경기도 보지 못했다. 단지 골목에서 환호성이 터질 때마다 나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길가에 나온 젊은이들이 나를 '할머니'라고 불러줬다"고 말하며 기꺼이 국민 할머니 역할을 받아들였다. 크리스티나씨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아르헨티나 상징색에 맞춰 처음으로 구매한 하늘색 드레스를 직접 입어 보였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을 앞둔 크리스티나씨는 아르헨티나의 한 여행사로부터 카타르 여행 협찬을 제안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 할머니답게 그는 "내가 있을 곳은 리니어의 골목이다. 심판이 경기 종료 호루라기를 불 때까지 이름 모를 손주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겠다"고 거절했다.
한편 월드컵 경기가 있을 때마다 크리스티나씨의 모습이 SNS에 노출되자 덩달아 아르헨티나 전역의 요양원은 면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크리스티나씨를 본 청년들이 자신들의 진짜 조부모를 찾으면서다.
인사이더는 "아르헨티나의 뜨거운 월드컵 열기 덕분에 젊은 누리꾼들이 주류인 현대 SNS 플랫폼에서도 어르신이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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