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탄핵 항의 시위 격화로 10대 2명 사망(상보)
의회 정략 탄핵으로 6년간 대통령 6번째 교체…정국 혼란 지속 불가피
시민들 "부통령의 권력 승계 용납 못해…선거 다시 열어라" 요구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페루 전역에서 의회의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수도 리마에서 시위 도중 10대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당국과 경찰을 인용해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페루 옴부즈만 사무소장 엘리아나 레볼라는 현지 라디오 방송 RPP에 "안데스 지역 아푸리막의 안다우아일라스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시위대 일부가 총상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발타사르 란타론 아푸리막 주지사는 지역 방송 카날N에 "4명의 부상자가 보고됐다"며 "이들은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3명은 두피에 다발성 타박상을 입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페루 공항공사에 따르면 안다우아일라스는 지난 10일부터 지역 공항을 폐쇄했을 만큼 시위가 격화한 상황이다. 일부 시위대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인 송신실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공사는 전했다.
앞서 현지 당국은 10일 발생한 경찰과 시위대 충돌로 민간인 16명과 경찰관 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으며, 이날 추가 사망 및 부상자를 포함해 피해 상황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수우파가 장악하고 있는 '여소야대' 의회는 이날 오후 비상회의를 소집해 관련 대응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의회는 지난 7일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헌법상 권력 승계 서열 1위인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이에 전임 대통령 탄핵 몇 시간 만에 부통령이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 선서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제 전 대통령이 돼버린 카스티요의 지지자들은 물론, 다수의 시민들은 볼루아르테가 권력을 승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선거를 다시 열어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새 국가수장을 뽑자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강경한 시위대는 의회 폐쇄나 카스티요 대통령 즉각 석방도 촉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볼루아르테 신임 정부가 유지된다고 해도 카스티요의 남은 임기인 2026년까지 권력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회는 지난 6년간 입맛에 맞지 않는 대통령 탄핵 때마다 겨눈 '만능 칼'인 '도덕적 결함' 혐의를 제기했고, 이에 2016년부터 현재까지 6년 사이 페루는 대통령이 6명이나 교체되는 정국 대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의회가 결국엔 볼루아르테도 끌어내리고 기어코 기득권층 후보를 앉힐 때까지 혼란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페루 정치권의 혼란 이면에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여간 계속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독재 상흔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는 재임기간 저지른 부정부패와 납치, 학살, 인권 유린 등 '반인륜 범죄' 혐의로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지만, 보수우파에서 후지모리즘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그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가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이다 카스티요 대통령에게 석패한 바 있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대표적인 보수 야당 민중의힘(국민의힘으로도 번역)을 이끌어 왔다.
시민들의 이번 반발이 의회 해산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페루 국민 10명 중 9명은 의회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는 전했다.
페루 정치 애널리스트 히오반나 페냐플로르는"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볼루아르테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과도 정부 수장으로 남을지, 아니면 카스티요 대통령에게 보장됐던 임기인 2026년까지 집권할지 둘 중 하나다.
페냐플로르는 "볼루아르테는 자신의 역할이 새로운 총선을 촉진하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안정을 제공하고 새 내각이 과거와 다르다는 걸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주민계 혈통에 시골 교사 출신인 카스티요 대통령은 교원노조 지도자로 이름을 알린 정치신예로 부패와 기득권 타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재분배 등을 기치로 돌풍을 일으켜 지난해 당선했다.
그러나 '17개월 천하'로 끝난 임기는 자신 및 가족에 대한 6차례 검찰 조사, 연료·비료 가격 폭등으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여소야대 의회에서의 권력 투쟁 등으로 얼룩졌다.
일각에서는 카스티요 대통령이 국가경제 '최대 돈줄' 광물·석유·수력·가스·통신 등 주요 산업 국유화를 바탕으로 한 국가 주도 경제 개혁을 추진하려다 기득권의 역풍을 맞은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페루를 비롯한 남미 대부분의 자원 부국에선 백인계 기득권층이 유럽 등 서방 기업들과 결탁해 부를 독점하는 문제가 사회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sab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