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총재 "나랏빚 급증에 다음 금융위기 대응 더 어려워진다"
ECB 차기 총재 유력 후보 "시장 불안과 재정 우려 구분 어려워져"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 속 경고…비은행권·AI도 위기 증폭 요인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각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와 금융시장 구조 변화로 중앙은행이 향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경고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설을 통해 지난 20년간 잇따른 위기에서 금융시장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한 중앙은행의 신속한 개입이 중요했지만 다음 위기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내년 임기가 끝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후임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많은 국가에서 공공부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데다 재정적자도 큰 폭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개입해야 할 '시장 기능장애'와 정부 재정에 대한 투자자들의 정당한 우려를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시장 기능장애가 금융 안정이나 통화정책 파급경로를 위협한다면 중앙은행은 개입해야 한다"면서도 "부채가 많고 정부의 자금조달 수요가 큰 상황에서는 잘 설계된 조치조차 재정적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사실상 정부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데 코스 사무총장의 경고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이날도 미국의 장기물 국채금리는 24년 만에 최고를 이어갔고 유럽에서는 재정적자와 정치 불안을 둘러싼 우려로 프랑스 국채가 급락했다.
특히 프랑스 10년물 금리와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의 격차가 지난 2일 한때 160bp(1.60%포인트)에 육박해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금융시장 구조 변화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헤지펀드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국채의 주요 보유자로 부상하면서 평상시에는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위기 때는 레버리지와 시장성 자금조달로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2020년 3월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 국채까지 대거 팔아치우면서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했던 사태와 2022년 영국 국채시장 위기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온라인뱅킹과 소셜미디어,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AI)도 향후 금융위기의 전파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을 통한 대규모 예금 인출과 허위정보를 포함한 정보의 빠른 확산으로 정책 당국이 과거보다 훨씬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비은행 금융기관과 새로운 금융기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규제 당국과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금융시장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시스템 안정에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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