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란드에 2억유로 투자…트럼프 맞서 '북극 영향력' 확대
위원장 그린란드 방문…"미래는 그린란드·덴마크가 결정"
핵심광물·위성통신·재생에너지 투자…AI 데이터센터 유치도 추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구상에 맞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2억유로(약 2억3200만달러·3100억원)를 투자한다. 핵심 광물과 위성통신, 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른 그린란드와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7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2억유로 규모의 'EU-그린란드 파트너십 패키지'를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틀간의 그린란드 방문을 마무리하며 유럽이 "그린란드와 북극에서 더 많이 존재하고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자금은 광대한 그린란드의 연결성을 개선하고 청정에너지와 핵심 원자재 개발 등에 투입된다. 북부와 동부 지역의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위성통신 역량 강화도 포함된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그린란드 통제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이 그린란드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올해 초 미국과 유럽 사이에 외교적 긴장을 촉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인구 약 5만7000명의 그린란드를 확보하기 위해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후 무력 병합 가능성을 배제하고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가 협상에 나서면서 긴장은 다소 완화됐지만, 그린란드를 통제하려는 의도 자체는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와 덴마크 국민이 결정할 문제이며 다른 누구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은 지정학적 지각판이 충돌하는 장소가 됐다"며 "우리는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앞으로 수개월 안에 새로운 북극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변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해상 항로가 열리고,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광물자원의 개발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미국과 러시아, 중국, 유럽이 북극에서 영향력 확대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EU는 그린란드에 대한 투자를 통해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현재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는 목표다. 그린란드 역시 덴마크의 재정 지원과 수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광물 개발 등을 통해 경제적 자립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도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거론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는 데 많은 전력과 냉각 설비가 필요한 만큼, 그린란드의 빙상과 차가운 기후를 활용해 AI 연산용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EU는 이번 2억유로 투자와 별도로 차기 장기예산인 2028~2034년 그린란드에 대한 직접 지원을 5억3000만유로로 두 배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이지만 1985년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서 탈퇴했다. EU는 그동안 주로 어업권과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그린란드를 지원해 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방문에서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EU-그린란드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성명에도 서명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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