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7개월 만에 최강세…달러당 155엔 뚫리자 매수 가속
장중 154.06엔까지 1.4% 상승…미일 공동개입 직후 고점도 돌파
손절매·옵션 거래 가세…"154엔 깨지면 다음은 152엔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이 달러당 154엔대까지 내려와 엔화가 7개월 만에 최강세를 보였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주요 저항선인 달러당 155엔이 무너지자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손절매와 옵션 거래가 가세하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엔화는 7일(현지시간) 런던 외환시장에서 장중 1.4% 상승해 달러당 154.06엔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 7~8월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 직후 기록했던 고점도 넘어섰다.
이날 엔화 급등을 촉발한 뚜렷한 단일 재료는 없었다. 다만 미국 금융시장이 휴장해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달러당 155엔이라는 주요 가격대가 무너지며 움직임이 증폭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 채권전략가는 블룸버그에 "155엔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의미가 크다"며 과거 외환시장 개입 이후 이 수준이 달러·엔 환율의 하단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55엔 선이 무너지자 기술적인 거래가 엔화 상승폭을 키웠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거래에 정통한 한 트레이더에 따르면 달러당 155엔 아래에 대규모 손절매 주문이 걸려 있었고 이 가격대가 무너지면서 주문이 잇따라 실행됐다. 옵션 딜러들까지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엔화 상승에 추가적인 힘을 보탰다.
월초를 맞아 장기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자금이 유입된 것도 엔화 강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됐다. 엔화는 지난주에도 달러 대비 2.4% 상승했다. BOJ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지면서 엔화 약세 일변도였던 투자심리가 빠르게 돌아섰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이 해외자산 비중을 줄이고 국내자산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엔화 매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일본과 미국이 공동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당시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면서 엔화 약세 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는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아니라 BOJ 금리 인상과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 변화 등 시장 자체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반 루 러셀인베스트먼츠 글로벌 채권·외환 솔루션 전략 책임자는 "더 큰 움직임의 시작일 수 있다는 느낌"이라며 "첫 번째 시장 개입의 효과는 사라졌지만 이번 두 번째 상승은 시장 자체의 힘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움직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엔화의 다음 상승 구간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카이 모토나리 미쓰비시UFJ신탁은행 외환·금융상품거래 책임자는 달러·엔 환율의 다음 하락 목표가 지난 2월 저점인 154엔이라며 "이를 밑돌면 152엔대 초반까지 눈에 띄는 하락 목표가 없다"고 말했다.
옵션시장에서도 엔화 추가 상승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4일 엔화 변동성은 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고 엔화 강세에 대비하기 위한 헤지 비용도 최근 사이클의 고점 부근에 있다.
시장의 시선은 오는 18일 BOJ 금융정책결정회의로 향하고 있다. BOJ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카타 하지메 BOJ 심의위원은 지난주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반드시 정해진 것은 아니라며 보다 큰 폭의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속적인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언급해 BOJ가 예상보다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키웠다.
일본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미무라 아쓰시 재무관도 지난 4일 엔화에 대한 당국의 대응 자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엔화가 지난주 달러당 160엔을 넘어섰다가 불과 며칠 만에 154엔대까지 급반등하면서 시장에서는 장기간 이어졌던 엔화 약세 흐름이 본격적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경계가 더욱 커지고 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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