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부, 장기국채 바이백 2배 확대…30년물 금리 급락

10~30년물 회당 20억→최소 40억달러…30년물 5.34%→ 5.2%대로
베선트 또 시장개입…일각선 "예측 가능한 국채관리 원칙 훼손" 비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26.7.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최근 급등한 장기 국채금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장기물 국채 바이백(조기상환)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날 19년 만의 최고까지 치솟았던 30년물 국채금리가 급락했고 뉴욕증시도 반등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10~30년 만기 국채의 유동성 지원 목적 바이백 규모를 회당 기존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확대된 규모는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재무부는 장기 명목국채 부문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장기물 바이백 과정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재무부에 매각하려는 우량 국채 물량이 꾸준히 상당한 규모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해 금융시장 전반을 압박한 직후 나왔다. 30년물 금리는 전날 장중 5.34%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발표 직후 채권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30년물 금리는 한때 5.187%까지 떨어져 6월 말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고 이후 5.20% 안팎에서 거래됐다. 10년물 금리 역시 약 6bp(1bp=0.01%포인트) 떨어져 4.66% 수준으로 내려왔다.

규모보다 강했던 '베선트가 움직였다'는 신호

다만 이번 조치는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처럼 재무부가 대규모로 돈을 풀어 국채금리를 끌어내리는 정책과는 성격이 다르다.

재무부는 2년 전부터 시장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해 만기가 되기 전 기존 국채를 정기적으로 되사들이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 가운데 장기물 매입 한도를 늘린 것으로, 장기 국채시장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수급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실제 추가되는 바이백 규모는 회당 20억 달러에 불과하다. 19일 기준 미 국채시장은 약 32조 2000억 달러 규모이고 지난달 말 기준 20·30년물 발행잔액만 약 5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로이터는 이에 비하면 추가 바이백 규모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바이백의 절대적인 규모보다 재무부가 최근 장기금리 상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필요하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언 스위프트 BCA리서치 미국 채권 수석전략가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이 시장 유동성 악화 때문에 발생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조치가 "재무부가 금리 상승에 민감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누버거버먼의 조지프 퍼텔도 회당 20억 달러의 추가 바이백만으로 최근 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시장은 재무부가 국채금리에 사실상 일정한 '마지노선'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읽었다고 분석했다.

엔화 이어 국채까지…베선트 '적극 개입' 논란

이번 조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시장 개입 성향에도 다시 관심을 집중시켰다. 베선트 장관이 시장 움직임에 대응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이달 들어 두 번째다. 미국은 지난 1일 일본과 함께 엔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에버코어ISI는 베선트가 이번에도 "적극적인 재무장관으로서의 전술적 능력"을 보여줬다며 여름철 거래가 한산한 시점에 예상 밖의 바이백 확대를 발표해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 베팅하던 투자자들을 압박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에버코어ISI 역시 재무부가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막대한 국채와 재정적자를 계속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이 오히려 재무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토머스 사이먼스 제프리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발표가 재무부가 1970년대 중반 이후 중시해온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regular and predictable)' 국채 관리와 소통 원칙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바이백이나 국채 발행과 관련한 중요한 변화가 분기별 국채발행계획 발표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신호와 함께 제시돼 왔다면서 이번 발표는 그런 관행을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장기금리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바이백 확대만으로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장기국채 공급 부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BCA리서치는 재무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국채 만기구조를 조정하고 바이백이나 입찰 규모를 바꾸는 정도라며 장기물 공급을 줄이고 단기물 발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장기금리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국채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