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8% 급락에 다우 0.5% 상승…나스닥은 AI 불안에 0.2% 하락[뉴욕마감]

인플레 우려 완화에도 AI 순환금융 불안
엔비디아 5%·SK하이닉스 ADR 7%대 급락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뉴욕증시가 국제유가 급락에도 인공지능(AI) 투자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유가 하락에 힘입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 올랐지만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나스닥은 0.2% 하락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62.83포인트(0.51%) 오른 5만2210.0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8포인트(0.02%) 상승한 7413.18로 강보합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5.46포인트(0.18%) 내린 2만4932.08을 기록했다.

이날 S&P500 구성 종목 대부분은 상승했지만 반도체주 급락이 지수 상승폭을 제한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2% 떨어졌으며 지난달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와 비교하면 21% 하락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여전히 63% 상승한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순환금융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4.99% 급락했다. AMD는 5% 넘게 떨어졌고 마이크론도 약 2%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7.47% 떨어져 공모가 아래로 밀렸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미국 상장 주식도 중국 국유기업이 자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에 나섰다는 보도에 약 6% 급락했다.

유가 급락에 인플레·금리 우려 완화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다우지수와 경기방어주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8.7% 급락한 배럴당 88.36달러에 마감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5% 내린 82.6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사흘 연속 중단하고 양국이 외교 협상을 진행하면서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좋은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이 실패하면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하락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부 완화하면서 미국 국채금리도 내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bp(1bp=0.01%포인트) 하락한 4.65%를 기록했다.

월마트는 2.1%, 마이크로소프트는 1.9%, 존슨앤드존슨은 1% 올라 S&P500을 지지했다. 반면 엑손모빌은 1.4%,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4.1% 하락하는 등 에너지주는 유가 급락의 영향을 받았다.

엔비디아 '순환금융' 논란에 반도체주 급락

반도체주는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사업과 관련해 최대 2500억달러의 자금 조달을 보증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에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자금이나 보증을 제공하고 해당 고객사가 다시 엔비디아 칩을 사들이는 구조가 AI 수요와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릴 수 있다는 이른바 ‘순환금융’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엔비디아가 추진하거나 발표한 AI 관련 거래 규모는 7500억달러를 넘는다. 여기에는 SK그룹과의 5000억달러 이상 규모 사업과 오픈AI에 대한 최대 2500억달러 보증 논의가 포함된다. 엔비디아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한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비용은 이날 사상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중국의 기술 추격도 미국 반도체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 466% 넘게 폭등하며 중국 본토 증시 최대 상장사로 올라섰다.

여기에 중국이 자체 DUV 노광장비 생산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미국과 유럽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 심화 우려가 확산했다.

글로벌트인베스트먼츠의 토머스 마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방송에 "기술 업종에는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투자자들은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FOMC·빅테크 실적 앞두고 변동성 확대 전망

시장은 이번 주 예정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과 대형 기술기업 실적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연준은 29일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62%,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38%로 반영했다.

연준 회의 다음 날 발표될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향후 금리 전망을 좌우할 주요 지표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메타, 애플도 이번 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의 관심은 이들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와 투자 대비 수익성에 집중될 전망이다.

지난주 알파벳과 테슬라는 막대한 AI 지출에 대한 우려로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AI 투자가 더 확대될 경우 수익성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지출이 둔화하면 반도체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양쪽 모두를 경계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블룸버그에 "이번 주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시장을 놀라게 할 변수가 평소보다 많다"며 "강한 대형 기술주 실적에도 AI 지출이 계속 우려를 키운다면 주가가 반드시 상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LSEG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AI 관련 종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