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총 두 달 만에 1조달러 증발…밸류 AI 이전 수준으로 '뚝'

주가 16% 조정에 PER 18배로 2019년 이후 최저
AI 투자금 메모리·스토리지로 이동…엔비디아 소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6.8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두 달도 채 안 돼 1조달러 가까이 증발하면서 밸류에이션이 AI 붐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다.

8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지난 5월 14일 사상 최고가 이후 주가가 16%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약 1조달러가 증발했다.

주가 조정으로 엔비디아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8배까지 낮아졌다. 이는 AI 열풍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PER은 S&P500지수(20배 이상)는 물론 나스닥100지수(약 23배)보다도 낮아졌다. 한때 월가에서 가장 비싼 성장주였던 엔비디아가 이제는 미국 증시 평균보다도 저평가된 셈이다.

최근 주가 하락은 실적 악화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월가는 엔비디아의 향후 분기 이익 전망치를 계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S&P500 기업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가 메모리와 스토리지 분야로 확산되면서 마이크론을 비롯한 다른 반도체 종목으로 이동했다. AMD와 인텔도 올해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며 엔비디아를 앞질렀다.

마이클 베일리 풀턴 브레이크필드 브로니먼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 관심이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며 "그동안 기대가 낮았던 마이크론 같은 기업들이 이제는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올해 들어 74% 급등하며 2003년 이후 최고의 연간 상승률을 향해 가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상승의 최대 수혜주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239% 급등한 데 이어 올해도 229% 상승하며 반도체 랠리를 주도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올해 상승률이 5.6%에 그쳐 S&P500(9.6%), 나스닥100(16%)을 모두 밑돌았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세 번째로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엔비디아 주가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상관관계도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경쟁력이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한다.

AI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여전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서버용 GPU 시장점유율은 2024년 말 95%에서 지난해 말 97%로 오히려 확대됐다.

알파벳과 아마존 등 대형 고객사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AMD와 인텔의 추격도 거세지만,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엔비디아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다.

회사는 2027회계연도(2027년 1월 종료)에 매출 3930억달러, 순이익 228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2%, 90%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순이익 전망치는 최근 3개월 동안 13%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월가의 낙관론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엔비디아 담당 애널리스트 82명 가운데 '매도' 의견은 1명, '보유'는 3명에 불과했다. 평균 목표주가는 302달러로 향후 12개월 동안 50% 이상의 상승 여력을 제시했다.

랜디 헤어 헌팅턴은행 리서치 책임자는 "엔비디아는 꾸준히 실적을 내는 기업"이라며 "주가는 결국 실적을 따라간다"고 말했다.

에릭 클라크 아큐베스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엔비디아는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올랐던 만큼 차익실현 대상이 됐다"며 "투자자들이 다른 AI 수혜 종목으로 자금을 옮기기 위해 엔비디아를 일부 매도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