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순환매 본격화…"반도체에서 빅테크로" 시장 주도주 바뀌나

삼성 쇼크 계기 메모리주 급락…모건스탠리 "건전한 순환매"
블룸버그 "메모리 슈퍼사이클 지속성 시험대…장기계약 관건"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메모리 반도체주가 급락하는 대신 대형 플랫폼 기업(하이퍼스케일러)과 중국 기술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AI 순환매가 본격화하고 있다.

AI 열풍에 계속 베팅하면서도 이미 크게 오른 반도체주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종목으로 갈아타는 분위기다.

8일 코스피는 장중 6% 넘게 급락, 지난달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낙폭이 20% 안팎까지 확대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반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는 장중 3.8% 급등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홍콩 증시에서는 알리바바가 10% 이상 급등했고 텐센트도 4% 넘게 올랐다. 로이터가 딥시크의 자체 AI칩 개발 소식을 보도하고, 디인포메이션이 즈푸AI 역시 자체 칩 설계를 검토 중이라고 전하면서 중국 AI 생태계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AI 거품 붕괴이라기 보다는 AI 공급망 내부의 주도주 교체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투자자금이 반도체에서 하이퍼스케일러로 이동하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순환매라고 평가했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은 올해 AI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 우려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반도체주는 AI 인프라 투자 기대를 선반영하며 급등했던 만큼 이제는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도 7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한 것에 대해 "AI 리더십이 반도체에서 빅테크로 이동하는 첫날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등 그동안 부진했던 대형 기술주에 다시 매수세가 유입된 점에 주목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AI 끝난 것 아니다…메모리 슈퍼사이클 검증 시작"

메모리 주가 급락을 AI 투자 둔화의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반박도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배 증가했고, 미국 마이크론도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막대한 실적에도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미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리드캐피털의 제럴드 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한국과 대만의 AI 랠리는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세 하락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오히려 AI 관련 자산에 대한 과도한 쏠림을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관심은 'AI가 끝났느냐'가 아니라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슐리 런 칼럼니스트는 7일 "기록적인 실적에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여전히 메모리 산업 특유의 호황·불황 사이클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공급계약(LTA)이 메모리 업체들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사로부터 선급금을 받고 일정 가격 범위를 미리 정하는 장기 계약을 확대하면 가격 급락기에 수익성을 방어해 메모리 업종의 고질적인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10일 미국 나스닥 ADR 상장을 앞둔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장기계약 확대와 고객 기반의 안정성을 통해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일시적 호황이 아닌 구조적 변화인지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