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반도체주, 사상 최고의 분기…100% 폭등 뒤 "랠리 지속될까"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2분기 88%·상반기 101% 급등 '역대 최고'
메모리·파운드리 주도…엔비디아는 올해 5.5% 상승에 그쳐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2026' 인텔 부스에 주요 5G 플랫폼이 전시돼 있다. 2026.3.3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미국 반도체주가 사상 최고의 분기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하반기 랠리의 지속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3.9% 급등하며 2분기 상승률을 88%로 끌어올렸다. 이는 지수 역사상 가장 높은 분기 상승률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101% 폭등하며 연간 기준 역대 최고 성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같은 기간 나스닥100지수는 28%, S&P500지수는 15% 상승하는 데 그쳐 반도체주의 상승세에 크게 못 미쳤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를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올인' 국면으로 평가한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CJ 뮤즈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지난 6개월은 시장이 AI 인프라에 모든 것을 걸었던 시기였다"며 "이제 투자자들은 이런 흐름이 지속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반도체주는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주 7.9% 급락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이번 주에도 장중 3.2% 하락했다가 3.8% 상승 마감하는 등 하루 동안 7%포인트 넘게 출렁였다.

메모리·파운드리 랠리 주도…엔비디아는 상대적 부진

올해 반도체 랠리를 이끈 것은 AI 메모리 수요였다. 미국 최대 메모리업체 마이크론은 상반기에만 300%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샌디스크는 785% 폭등해 반도체 업종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고, 인텔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정상화 기대에 힘입어 260% 상승했다.

반면 AI 대표주인 엔비디아는 올해 상승률이 5.5%에 그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과를 냈다. 브로드컴 역시 7.9% 상승에 머물렀다.

숀 선 손버그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현재 투자자들은 AI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브로드컴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지금은 더 높은 성장성을 가진 종목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투자 지속이 최대 변수"

시장에서는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투자 계획이 랠리 지속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현재까지 공격적인 AI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픈AI는 기업공개(IPO)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AI 투자 속도 둔화 우려도 제기된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6배로 최근 10년 평균(19배)을 크게 웃돈다. 다만 엔비디아의 선행 PER은 18배로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마이크론도 8배 수준에 불과해 종목별 편차가 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월가는 반도체 업종의 2027년 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49%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4월 전망치(35%)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로, 같은 기간 S&P500 기업들의 예상 이익 증가율(17%)을 크게 웃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최근 헤지펀드들이 반도체주 비중을 줄이고 있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뮤즈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투자자층이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AI 관련 기술 발전이 계속되는 만큼 반도체주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