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워시 체제 연준에 '킹달러' 베팅…"美 예외주의가 돌아왔다"

JP모건·BofA·골드만 "달러 추가 상승"…연말 최대 5% 강세 전망
매파 연준·AI 투자·미국 경기 회복력 '3박자'…달러 강세론 부활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100달러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2025.8.5 ⓒ 뉴스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월가에서 킹달러 낙관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하면서 금리 인상 기대가 살아난 데다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최근 잇따라 달러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올해 말까지 달러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의 미라 찬단 글로벌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는 "연준이 달러 강세장을 다시 활성화(activated)했다"며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이 연준을 따라잡으며 금리 격차를 좁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도 추가 긴축에 나서겠지만 연준만큼 공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작다는 얘기다.

실제로 달러지수는 6월 들어 2.1% 상승하며 지난해 이후 가장 강한 월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상승률도 1.7%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경제의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가 다른 주요국보다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AI 투자 열풍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미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서 생산성 향상과 달러 강세를 동시에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시장을 지배했던 '탈달러화(de-dollarization)', '헤지 아메리카(Hedge America, 미국 회피)', 달러 가치 하락(디베이스먼트) 투자 전략이 사실상 힘을 잃었음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달러 강세론은 워시 의장 취임 이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2월 이란 공습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유가 급등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도 달러를 끌어올렸다.

다만 최근에는 시장의 초점이 에너지에서 연준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찬단 외환전략가는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바통은 에너지에서 연준의 정책 대응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도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 맨그룹은 올해 말까지 달러가 약 5%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TD증권은 3분기 중 2% 추가 상승을 예상했다.

TD증권의 자야티 바라드와지 외환 전략 책임자는 "미국 경제지표는 견조하고 경제활동도 강하다"며 "매파 성향의 새로운 연준 의장이 물가 안정과 정책 신뢰를 강조하면서 금리 인상 문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연말 유로화 전망치를 기존 1.20달러에서 1.15달러로 낮췄다. 달러 강세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투기성 자금도 달러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등 투기 세력의 달러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 16일 기준 294억달러로 집계됐다.

골드만삭스의 카막샤 트리베디 외환·신흥시장 전략 책임자는 "AI 투자 확대는 미국의 성장률과 주식시장 수익률을 동시에 끌어올려 미국을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 강세가 일방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바클레이스는 이미 시장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고 투자심리도 달러 강세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는 만큼 "달러의 상승 경로가 직선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달러가 저금리 통화와 아시아의 원유 수입국 통화에는 강세를 보이겠지만 멕시코 페소와 브라질 헤알, 호주달러 등 고금리 통화에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