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묶였다가 카타르로 이전된 이란 자금 60억불 결국 이란 품에"

FT "이란 동결자금 60억달러 단계적 해제…미국산 구매 조건"
60일 휴전 기간 호르무즈 재개방·핵협상 진전에 연동

마수드 페제스키안 이란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과 자신의 서명이 담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이란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06.18.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중동 전쟁 종식을 위한 잠정 합의에 서명한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묶여 있다가 카타르로 이전됐지만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 60억달러(약 9조1656억원)의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카타르에 보관 중인 이란 석유대금 60억달러를 단계적으로 풀어 인도주의 물자와 비제재 품목 등 미국산 제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란이 18일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로, 백악관이 이란의 합의 이행과 핵협상 진전을 유도하기 위해 제시한 경제적 유인책의 일부다.

자금은 향후 60일간 연장된 휴전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해제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 운영 재개와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 진척 정도가 주요 조건으로 제시됐다.

협상 내용을 보고받은 한 외교관은 FT에 "해당 자금은 미국 제품 구매에만 사용될 것"이라며 "이란 국민은 인도주의 물품을 공급받고 미국 농가와 기업은 수혜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한 미국 관리는 "이란이 농축우라늄 이전 등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일 경우 일부 동결자산을 최종 협상 과정에서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60일 동안 이란의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제재 면제 조치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18일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수십억달러가 미국의 제재로 인해 해외 중앙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다. 인도, 이라크, 중국, 일본 등에 보관된 자금 규모는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FT는 전했다.

이란 국영 매체들에 따르면 휴전 기간 동안 총 12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60억달러는 원래 한국에 예치돼 있던 이란 자금이다. 미국이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2019년 5월 중단해 한국과 이란 간 원화결제 계좌가 동결됐고 이로 인해 이란은 원유 및 초경질유 수입 대금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23년 9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인 수감자 교환 합의를 체결하면서 카타르 도하 계좌로 이전됐다. 하지만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격화되면서 실제 사용은 이뤄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정 합의를 옹호하며 "그 돈은 원래 이란의 돈"이라며 "우리가 돌려주지 않으면 누구도 다시 달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에는 미국이 최종 협정의 일정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포함한 대이란 제재를 단계적으로 종료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양국은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분 처리 문제도 협상하기로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현장에서 희석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이란은 9000㎏ 이상의 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440㎏은 무기급에 근접한 고농축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는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 비판 세력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를 낮추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했다고 비판한다.

한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18일 처음으로 잠정 합의를 공개 지지했다. 그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란의 권익과 역내 저항세력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근거로 합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하메네이는 "향후 협상이 적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