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연준의장 첫 회견 '세련된 돌파'…"어려운 질문은 피했다"

"경제현안 충분히 파악해 분위기 장악…실책 없이 강한 소신 보여줘"
"시장이 내 말만 되풀이하면 '연준 정보원' 잃어"…소통축소 의지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매파적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이 스타일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잡을지 구체적인 답은 내놓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경제 외신들은 전했다.

17일(현지시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했다. 주식시장은 장 막판 급락해 S&P500이 1.3%, 나스닥이 1.5% 하락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17bp(1bp=0.01%포인트) 급등해 2025년 2월 이후 최고치인 4.216%를 기록했고, 금리 선물시장은 10월까지 인상 확률을 72%로 반영했다. 달러인덱스는 0.9% 올라 100.47을 나타냈다.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데뷔전"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RSM의 조 브루수엘라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형적인 워시 스타일이었다.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발언"이라며 "시장 기반 지표와 선호를 중시하는 정책 입안자로서 30년에 걸쳐 갈고닦은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산탄데르US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자회견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답하고 싶은 질문에는 답하고, 답하기 싫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그는 또 "거시경제 환경과 정책 프레임워크를 완벽히 꿰고 있으며 향후 정책 운영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에 대한 강한 소신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틱시스의 크리스토퍼 호지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책은 없었다"며 "변화가 온다는 신호를 분명히 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5개 태스크포스와 상황 전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질문은 뒤로 미뤘다"

구체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바클레이스의 마크 잔노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현안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려운 질문들은 모두 뒤로 미뤘다"며 "'오늘은 답이 없다'는 말을 에둘러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엘렌 헤이즌 F.L.퍼트남 최고시장전략가도 "태스크포스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느낀 건 결국 '공 차기(punting)'라는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 대차대조표, 데이터, 생산성, 인플레이션 등 모든 사안을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이 내 말 되풀이하면 가장 중요한 정보원 잃는 것"

워시 의장은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치를 만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시장 가격은 아마도 중앙은행 관계자들에게 지침이 되는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라며 "하지만 금융시장이 우리가 한 말을 그저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라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정보원을 눈앞에 두고도 이를 간과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시장에 너무 많은 신호를 주면 시장은 독립적인 판단을 멈추고 연준의 말을 메아리처럼 반사할 뿐이고, 그러면 연준이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진짜 정보가 사라진다는 논리다.

BNY의 존 벨리스 미주 거시전략가는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없었지만 야망은 충분히 드러났다"면서도 이 같은 소통 방식 변화로 시장이 연준의 계획을 파악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점도표는 매파…"중립금리 상향 조정도"

이날 점도표는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 워시 의장은 점도표에서 금리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고 나머지 18명 중에서 9명이 최소 1번 금리인상, 8명은 동결, 1명은 인하를 전망했다. 앞서 3월 점도표에서 전반적으로 인하 1회를 예상했던 것에서 매파적으로 돌변한 것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위원의 절반이 연내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으며, 일부는 장기 중립금리 추정치도 높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우리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연준 중간값보다 훨씬 낮아 다음 조치는 여전히 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SEP에서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PCE 물가 상승률 중간값 전망치는 3.6%로, 3월(2.7%)보다 0.9%포인트 대폭 상향됐다. 근원 PCE 전망치도 2.7%에서 3.3%로 올랐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에 힘입어 실제 인플레이션이 이보다 빠르게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햇필드 CEO는 "지역 연은 총재들의 매파 성향이 반영된 점도표는 큰 의미가 없다"며 "유가 급락, 관세 기저효과, 임대료 하락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향후 12개월 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역발상 전망을 내놨다.

21셰어스의 스티븐 콜트만 거시팀장은 "일본은행(BOJ)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잇따른 금리 인상에 연준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이란 합의로 유가가 내려가면서 워시 의장이 자리를 잡을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코퍼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시장전략가는 "짧지만 달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워시 의장은 성명에서 포워드가이던스를 싹 지우고 시장이 주로 해석하던 맥락 정보의 대부분을 삭제하며 자신의 색깔을 즉각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