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호르무즈 봉쇄에 유가 100달러 재돌파…세계 경제 악몽

그간 원활하던 이란산 원유까지 수출길 막힐 듯…장기 소모전 국면
공급 충격에 실물경제 타격 불가피…걸프국 및 이란 최대 고객 中도 영향권

뉴욕증권거래소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란 통제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미국이 '이란 해상봉쇄'를 이유로 무력 행사에 나서기로 해 중동 충돌이 장기 소모전으로 전개될 위험에 처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결렬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군을 동원한 봉쇄를 선언하면서, 분쟁은 군사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과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국면으로 전환됐다.

유가 100달러 돌파…美·이란 협상 결렬에 리스크 오프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 약세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13일 아시아 장 초반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상승하며 안전자산 선호 흐름을 주도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53% 하락했고, 엔화 대비 달러는 상승했다. 미국 주식 선물도 1% 이상 하락하며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이번 시장 변동은 주말 동안 진행된 미·이란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대상으로 해상 봉쇄 방침을 밝히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봉쇄는 한국시간 이날 밤 11시 개시할 것이라고 미 중부사령부가 발표했다.

유가도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장 초반 약 8% 상승해 배럴당 104.50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고, 브렌트유도 7% 올라 102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통제 작전에서 장기 소모전 국면 전환

이번 봉쇄 조치는 단순한 군사 대응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을 지속적으로 관리·통제하는 장기 작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고 해협을 통과한 선박을 차단하는 한편 기뢰 제거 작업까지 병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해협은 정상적인 물류 통로라기보다 군사적 압박 수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분쟁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이전까지는 충돌과 협상이 반복되는 긴장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더 오래 경제적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지를 겨루는 소모전으로 전환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군사적으로 봉쇄 자체는 가능하지만 해협이 이란 해안과 인접해 있어 기뢰와 드론, 고속 공격정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장기 통제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해상 전력이 여전히 건재해 위협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급 충격 현실화…亞·유럽 실물경제 타격

에너지 시장 충격도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전쟁 여파로 걸프 지역에서 약 1300만 배럴 규모의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글로벌 원유 시장의 약 12%에 해당한다. 여기에 이란 원유 수출까지 추가로 차단될 경우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충격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장 가동 축소와 연료 배급, 항공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재고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 역시 항공 연료 부족 조짐이 나타나며 점차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

중동 산유국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카타르는 국내총생산(GDP)이 약 13% 감소할 수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는 8%, 사우디아라비아는 6.6% 수준의 경기 위축이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경제 충격으로 평가된다.

전쟁 중에도 원활하게 수출되던 이란산 원유의 수출길이 막힐 경우 최대 수입국이 중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끊긴 중국이 국제시장에서 원유를 추가로 조달해야 할 경우 국제유가는 상방 압박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국제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이란 유조선의 일부 통과를 묵인해 왔고,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이란은 3월까지 하루 평균 18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해 이전 3개월보다 하루 약 10만 배럴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세계 경제가 "궤도를 이탈했다"며, 이러한 혼란이 "거의 확실하게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 성장이 크게 위축될지는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몇 주 안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전쟁이 중동 지역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세계 경제 전망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