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선박 해협 통과에도 '휴전 효력' 미확인…통행료도 불투명

선박 2척, 휴전 후 첫 통행 중…2000척 고립 속 통행 조건 불투명
'이란軍 호위 없는' 자유로운 개방 주목…트럼프 "통항 복원 돕겠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서 열린 '주한 이란 대사 및 기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다중노출 촬영) 2026.4.1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제한적인 통행 재개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안전 확보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란 보호를 받지 않는 선박들이 실제로 통과를 시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란 통제 '선별 통행'…"해협 안쪽에 2000척 발 묶여"

현재 해협은 전면 개방이라기보다는 이란의 통제 하에 일부 선박만 우회 항로를 통해 이동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승인 하에 2척의 선박이 라라크(Larak)섬과 케슘(Qeshm)섬 사이 좁은 해역을 이용한 우회 항로를 통해 이동을 시도하면서 해협이 부분적으로 개방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휴전 발표 이후 처음으로 출항을 시도한 선박 2척이 수요일인 8일 오전 라라크섬과 케슘섬을 향해 거의 나란히 항해 중인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선박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국적의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투어 2호(Tour 2)'다. 두번째 선박은 그리스 소유의 벌크선 'NJ 어스(NJ Earth)'호로 이란 유조선 옆을 항해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두 선박은 전쟁 이전에 주로 이용되던 항로가 아닌 라라크섬과 케슘섬 사이의 좁은 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발발 이후 이란 정부가 자국 선박을 포함해 선별적으로 승인한 선박에 한해 허용된 항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제한된 경로에서 선별적으로 허용된 통행이라는 점에서 전면적 정상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간 페르시아만 내에는 약 2000척의 선박이 묶여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조선이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에너지 운반선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농산물이나 금속 제품 같은 건화물 또는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약 2만 명의 선원이 선박에 발이 묶인 상태로 식량 부족과 피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12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항에 칼리스토 유조선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 ⓒ로이터=뉴스1
이란 비호위 선박·LNG 선박 움직임 주목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개방 여부는 이란의 보호 없이 항해하는 선박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지가 핵심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어느 선박들이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양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선주들은 입을 모았다.

또 LNG 운반선 이동도 중요하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LNG 선박은 단 한 척도 해협을 통과하지 못했으며, 최근 시도된 한 차례의 통과 시도도 막판에 방향을 돌려 돌아가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해 전 세계 LNG 수송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LNG는 저장이 어렵고 재고가 제한적이라 해상운송이 막히면 즉각 공급 차질로 이어지는 만큼 LNG 운반선 통과 여부는 해협이 실제로 정상화됐는지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간주된다.

문제는 해협 재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아직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이란은 자국 군부와 협조하여 "기술적 제약" 범위 내에서 2주간의 안전한 통행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을 선언했다.

또한 양측이 통행료 징수 문제에 합의했는지, 휴전이 언제 발효되는지도 다소 불분명하다. AP 통신이 인용한 역내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2주 휴전 계획에는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란은 징수한 금액을 재건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 증가를 지원할 것"이라며 "수많은 긍정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주어를 명시하지 않은 채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했고, "이란은 재건 과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브리핑룸에서 나가고 있다. 2026.04.06.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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