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축소→최후통첩→유예' 최강변덕…"시장은 타코를 거래한다"

발전소 공격 5일 유예 및 협상 진전 발언에 시장 급반등
트럼프 언급 사실 여부보다 '시장의 반응' 예상해 거래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 '꼬끼오 꼬끼오 타코'(CLUCK CLUCK TACO) 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간에 조기 귀국했다. 타코는 '트럼프는 항상 닭처럼 겁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자로, 뉴욕 증시 트레이더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을 비꼬는 신조어다. 2025.6.17ⓒ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월가가 또 다시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이번 반응을 두고 시장이 트럼프를 곧이곧대로 믿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발언의 진위를 신뢰했다기보다, 시장 충격을 꺼리는 그의 성향이 결국 더 극단적인 행동을 제어할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했다고 CNN방송은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재개방하라고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이란 발전소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23일(현지시간) 오전 7시 5분 뉴욕 금융시장 개장 약 2시간 전 그는 이란과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VERY GOOD AND PRODUCTIVE CONVERSATIONS)"가 있었다며 시한을 5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완전하고 전적인 해결(COMPLETE AND TOTAL RESOLUTION)"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특유의 대문자 강조 화법이 두드러졌다. 모든 문장을 알파벳 대문자로 작성한 메시지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흔히 영미권에서는 "소리 지르는 것처럼 들린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마치 확성기를 통해 메시지의 강도를 높이는 표현으로 신문 제목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긴급성과 확신을 시장에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발언 직후 뉴욕 증시는 급등했고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겉으로만 보면 시장이 또다시 트럼프의 말을 믿고 환호한 듯 보인다.

하지만 월가 내부에서는 보다 냉소적인 해석이 나온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트럼프는 불과 2주 전에도 CBS 인터뷰에서 "전쟁은 사실상 끝났다"고 말해 주가 반등과 유가 하락을 이끌었지만, 이후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최근 며칠만 봐도 트럼프는 20일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목표 달성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란 테러 정권에 대한 중동에서의 위대한 군사 작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랬다가 하루 뒤인 21일 돌연 '48시간 통첩'을 날리고 이란 발전소 전면 폭격을 예고해 23일 시작된 아시아 증시 등 금융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이후 하루 반 정도 지나 다시 "5일 간 발전소 공격 유예"와 함께 협상 진전을 주장하는 등 단기간에 극단적인 방향 전환을 반복했다.

트럼프가 강경 발언을 한 뒤 이를 번복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시장에서는 '트럼프는 늘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이른바 '타코 트레이드'는 말이 다시 입에 오르내렸다.

다니엘 알퍼트 웨스트우드캐피털 매니징파트너는 CNN에 "타코 거래에는 실제 펀더멘털이 없다시피 하다"며 "그냥 트럼프를 거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시장은 트럼프의 말의 진위 여부를 떠나 다른 투자자들의 반응을 먼저 계산하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실제로 이란과 해법을 논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란은 트럼프와의 협상 자체를 부인하고, 트럼프는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 매매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진실을 말하느냐보다,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이번 발언을 호재로 받아들일지 여부라고 CNN방송은 설명했다.

알퍼트는 현재 상황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미인대회' 이론에 빗댔다. 투자자들이 '가장 좋고 옳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옳다고 생각할 만한 것'을 고른다는 측면에서 케인스의 미인대회 이론과 맞닿아 있다.

알퍼는는 "시장에서 거래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본다"며 "본인이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심지어 거짓말일 수 있다고 의심하더라도, 모두가 좋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판단하면 일단 뛰어든 뒤 돈을 벌면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랠리를 전적으로 '분위기 장세'로만 볼 수는 없다는 진단도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주식시장은 유가 흐름을 밀접하게 따라가고 있는데, 이는 원유 트레이더들이 페르시아만 정세를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유가가 그렇게 급하게 빠지지 않았는데 주식만 올랐다면, 주식 투자자들이 대통령 말에 속았다고 비웃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장 반응을 키운 또 다른 동력은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 즉 포모(FOMO)다. 소스닉은 "아무도 랠리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아주 작은 호재에도 시장은 매우 강하게, 때로는 과도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월가가 이번에도 트럼프를 '믿었다'기보다 트럼프의 성향과 시장의 심리를 함께 거래했다는 해석이 더 가깝다. 진실보다 기대, 펀더멘털보다 반응, 확신보다 군중심리가 시장을 움직인 하루였다는 것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