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후 美금리전쟁…신중 파월 맞선 'AI 혁신파' 5월 이후 본다

연준 "올해 1회" vs 유력 차기 의장은 "3회"…0.5%p 간극 두고 '동상이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내부에서 금리 향방을 두고 동상이몽이 깊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1회 인하를 시사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최소 2~3회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연준 내부 분열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이라는 기술혁신이 바꾼 경제 논리다. 친(親)트럼프파의 주장은 이른바 '신(新) 공급주의(New Supply-side)'의 부활이다.

수요를 억제해 물가를 잡으려는 파월의 기존 방식과 달리 AI 기술이 공급(생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금리를 내려 성장을 자극해도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는다고 믿는다.

반면 파월 의장을 비롯한 신중론을 견지하는 인사들은 불확실한 AI 낙관론보다는 데이터를 통해 물가가 안정화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를 가파르게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검증된 모델 가져와라"…'리스크 관리자' 파월의 항변

파월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리스크 관리자의 전형을 보여줬다.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경제 모델이 과거 데이터만 보는 후행적(backward-looking) 방식으로 AI 혁명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파월 의장은 "말도 안된다(don't make sense)"고 정면에서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3년 전부터 생산성 혁명을 논의해왔고 만약에 경제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더 좋은 모델이 있다면 가져와 봐라(bring them on). 우리가 쓰겠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팬데믹도, 무역 전쟁도 모델에는 없었지만 우리는 대응했다"며 "1990년대와 같은 기술 혁명 가능성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높은 생산성이 지속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냉철하게(clear-eyed)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불확실한 미래(AI 낙관론)보다는 눈앞의 데이터(인플레이션 위험)를 믿겠다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자의 면모다.

물론 파월 의장에게도 현재 미국 경제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이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나우'는 4분기 성장률을 5.4%로 전망하는데, 12월 ADP 민간고용은 고작 4만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성장과 고용의 수수께끼같은 괴리 앞에서 파월은 '신중함'을 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파월 의장은 지난 2021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오판했던 트라우마가 있다. 리스크 관리자로서 그에게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가 물가가 다시 치솟는 것'이다.

"AI발 고용 한파"…월러·마이런의 반란 뒤엔 '공급주의'

반면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서 인하를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진 친트럼프 인사들은 AI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나란히 '0.25%포인트 즉각 인하'를 요구하며 파월의 동결 결정에 맞섰다.

마이런 이사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휴직하고 연준 이사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반대표를 던질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었다. 월러 이사 역시 5월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파월의 뒤를 이을 후보 4명 중에 한 명이라는 점에서 반대가 유력시됐다.

특히 월러 이사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경제 데이터 논리상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월러 이사는 최근 연설에서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일축했고 "AI 도입으로 신입 직원의 일자리 채용이 동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예측 시장에서 차기 의장으로 가장 높은 확률을 보이는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현재의 물가 상승에 대해 일시적이거나 어쩌면 가짜 위기에 불과하고 AI로 인한 고용 한파는 진짜 구조적 위기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AI가 공급 효율을 높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고 있으니, 물가 걱정은 접어두고 금리를 과감히 내려 '고용 시장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파월 "인상은 고려 안 해"…방향은 같지만 속도가 문제

연준 내부의 시각차는 금리 전망에서도 확연하게 갈린다. 파월 의장이 주도하는 연준은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점도표에서 올해 1회 인하를 예고하며 연말 3.25~3.5%를 점쳤다.

반면 리더 CIO를 비롯한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1% 금리 요구만큼 극단적이지 않지만 공격적이다. 리더 CIO는 올해 3회 인하로, 연말 금리가 2.75~3.00%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파월 의장보다는 리더 CIO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최소 2회, 많으면 3회' 인하를 전망한다.

그나마 시장이 안도하는 지점은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은 원천 봉쇄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번 금리 조정이 인상(Hike)일 것을 기본 전망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향후 정책 방향이 '동결 또는 인하'로 정해져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하지만 쟁점은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파월은 "데이터 확인 전까진 천천히 가겠다(1회)"는 입장이지만, 릭 리더와 반란표를 던진 이사들은 "AI가 만든 구조적 고용 둔화를 직시하고 엑셀을 밟아야 한다(3회)"고 맞서고 있다.

5월 의장 교체기를 전후해 금리 0.5%포인트의 간극이 메워질지가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