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전격공조' 엔화 초강세, 달러당 154엔대…마러라고 합의?

뉴욕연준, 시중은행에 '환율 점검' 실시한 듯…23일 159엔에서 4엔 넘게 급락
로이터 "美와 한·일·대만, 약달러 합의했을 가능성"…공동개입 현실화시 15년만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2025.4.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6일 도쿄 금융시장이 개장과 동시에 요동쳤다. 일본이 미국과의 전격적인 시장 개입 공조 가능성으로 오전 10시 14분 기준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은 2.3% 떨어져 154엔 후반대로 움직였다.

엔고에 따른 수출 기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에 닛케이 지수는 오전 10시 15분 기준 1.5% 급락 중이다.

159엔서 154엔으로 '수직 낙하'…"뉴욕 연은, 환율 점검 착수"

엔화 환율은 사흘 전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 직후만 해도 달러당 158엔 후반으로 움직이며 엔화 약세가 여전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23일 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신중한 금리 인상론을 피력하며 159엔까지 치솟아 심리적 지지선 160엔을 향했다.

하지만 총재의 기자회견 직후 4시 40분부터 10분 사이 갑자기 환율은 2엔이 뚝 떨어지며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이후 뉴욕 거래에서 158엔으로 다시 회복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2엔이 더 떨어져 155엔 초반으로 추락했다. 하루 사이 환율이 4엔이 떨어지며 엔화는 1.75% 초강세를 보였다.

시장을 뒤흔든 결정적 요인은 미국 당국의 움직임이었다. 로이터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의 지시를 받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뉴욕 연은이 외환 개입의 전 단계인 '환율 점검(레이트 체크)'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점검은 외환 당국이 시중 은행에 현재 거래되는 환율을 묻는 행위로, 통상 실개입 직전에 단행되는 강력한 경고 수단이다.

과도한 엔저를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 당국이 전격적인 공조에 나섰다는 분석이 확산하면서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늘어 환율이 159엔에서 155엔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특히 안정적 엔화 환율을 통해 미국의 국채 금리를 낮춘다는 전략적 배경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의 마크 크랜필드 전략가는 "엔화 약세를 저지해 일본 국채(JGB) 금리를 안정시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핵심 정책 목표와 맞닿아 있다"고 짚었다. 즉, 미국 국채 시장의 발작을 막기 위해 엔화라는 방어벽을 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카이치 "투기세력 막겠다" 최후통첩…'마러라고 합의' 이행 기대

여기에 다음달 조기 총선을 앞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25일 TV 토론회에서 "투기 세력에 대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리며 26일 오전 거래에서 환율은 154엔까지 내려왔다. 그동안 엔저에 베팅한 트레이더들의 '숏 커버링(공매도 환매수)' 물량까지 더해지며 엔화가 더욱 급격하게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엔화뿐 아니라 한국 원화, 대만 달러화까지 공동방어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외환 분석업체 스펙트라 마켓의 브렌트 도넬리 창립자는 로이터에 "베선트 장관의 최근 원화 관련 발언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엔, 원, 대만달러 가치를 안정화하거나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믿는 것은 전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가 일본, 한국, 대만 등 주요 아시아 우방국이 달러 강세를 억제하고 각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합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만약 미·일·한·대만 등의 다자간 공동 개입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주요 7개국(G7)의 공동 행동 이후 15년 만에 벌어지는 역사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된다.

당시에는 엔고를 막기 위한 '엔화 매도'였으나, 이번에는 달러 강세를 꺾기 위한 '아시아 통화 매수'가 될 전망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