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엔화 환율 갈팡질팡…BOJ 의사록 "실질 금리 여전히 낮다"

엔화 지폐 ⓒ 로이터=뉴스1
엔화 지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연말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 환율이 보합권에서 오르 내리며 극심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30년 만에 최고로 올린 회의 당시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금리 인상 의지가 재확인됐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으면서 연말 적은 거래량 속에서 엔저가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본 당국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29일 발표된 일본은행의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정책 위원들은 일본의 통화 완화 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데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 위원은 "일본의 실질 정책 금리는 세계적으로 압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상 속도다. 한 위원은 "당분간 수개월의 간격을 두고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내년 상반기 중 추가 인상을 기대하는 시장의 전망과 일치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약 6개월 내 추가 인상을 예상하며,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목적지를 1.25%~1.50%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10개월래 최저치인 157.9엔을 기록했던 엔화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29일 오후 1시 기준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0.1% 내린 156.42엔으로 움직였다. 금리 인상 이후 환율은 157엔 후반까지 올랐다가 당국의 구두 개입에 155엔 중반으로 내려선 뒤 다시 156엔 초중반에 왔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포지션을 억제하고 있지만, 엔화에 대한 근본적인 비관론은 여전하다"고 지적하며, 거래량이 급감한 연말 연휴 기간에 정부가 실제 달러를 매도하는 기습 개입에 나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달러 약세는 엔화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준(Fed)의 금리 인하 전망으로 달러 인덱스가 연간 약 9.7% 하락하며 2017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30일 공개될 미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기조가 확인될 경우 엔화 반등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대로 매파적 기조가 더 확인된다면 일본 당국은 구두 개입을 넘어선 실물 개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