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재무상 "엔화 투기에 '무제한 재량권' 행사"… 직접 개입 강력 경고
금리 인상에도 슈퍼 엔저…"기초 여건 무시한 투기적 움직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가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이 최근 금리 인상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특히 투기 세력을 겨냥해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있어 사실상 무제한의 재량권(Free Hand)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엔화 약세 흐름을 "명백히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 투기적 움직임"이라고 규정했다. 지난주 일본 은행(BOJ)이 기준금리를 30년 만의 최고치인 0.75%로 인상했지만 엔화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진 것에 대한 강력한 구두 경고다.
엔화는 지난 19일 우에다 가즈오 BOJ총재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며 1% 넘게 밀리며 환율이 달러당 157엔 후반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에 일본 재무상이 엔화 매도세에 대한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가타야마 재무상의 발언 직후 달러당 157엔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엔화 환율은 일시적으로 156엔대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재무상은 지난 9월 미국 재무부와 체결한 공동 성명을 언급하며, 일본의 시장 개입이 미국의 묵인 하에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미·일 공동 성명은 우리가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할 자유로운 재량권을 가졌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는 추가적인 협상 없이도 필요 시 즉각적인 시장 개입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거래량이 줄어드는 연말 연시 휴가 기간을 앞두고 그는 "우리는 항상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유동성이 낮은 시점을 노린 투기 세력의 움직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은 거래량이 줄어들어 변동성이 극도로 커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 관료들이 '절대적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속도)'을 더 경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용한 연휴 기간에 기습적인 개입이 단행될 가능성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고 MUFG은행의 데릭 할페니 글로벌마켓 연구책임자는 로이터에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정책이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최근 물가 대책과 성장을 위해 18.3조 엔 규모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으며, 내년도 본예산은 역대 최대인 120조 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대규모 국채 발행 우려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7년 만의 최고치인 2.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가타야마 재무상은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일시적인 재정 악화는 예상했던 바"라며, 향후 1~2년 내 투자 활성화와 세수 증대로 경제가 선순환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이 심리적 저지선인 160엔 선을 넘기 전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일본 정부는 엔화 방어를 위해 약 1000억 달러를 쏟아부은 전례가 있다. 골드만삭스 재팬의 분석가들은 "재무상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구두 개입을 넘어 실질적인 '실탄' 사용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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