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약발 떨어진 노보노디스크, 9000명 감원…세계 직원 11%

美FDA 2년 한시적 복제약 허용에 점유율·매출 '휘청'

서울 강남구 파크약국에서 약사가 입고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비만주사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전세계적으로 9000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이번 조치는 연간 12억6000만 달러(약 1조6900억 원)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미국 경쟁사 일라이 릴리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10일 성명을 내고 "조직을 단순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며 당뇨병과 비만 분야의 성장 기회에 자원을 재배치하기 위한 전사적 혁신을 시작한다"며 감원을 발표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전 세계적으로 7만8400명 직원을 두고 있으며 이번 감원 규모는 약 9000명으로 전체 인력의 11.5%에 해당한다. 이중 덴마크 본사에서만 5000명 인력이 정리된다.

신임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두스타르는 "비만 시장은 점점 더 경쟁적이고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 중으로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며 "성과 중심의 문화를 강화하고,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하며, 핵심 치료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보는 지난해 위고비의 폭발적인 판매로 유럽에서 최대 기업가치 상장 기업(시가총액 6500억 달러, 871조 원)으로 부상했었다. 하지만 최근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를 포함한 경쟁 심화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과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

특히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복제약(Compounded drugs)이 미국에서 일시적으로 허가되면서 시장 경쟁이 격화했다.

복제약은 의사 처방에 따라 약사가 원료를 조합해 맞춤형으로 제조한 약으로, 특허기간이 만료되어 동일 성분으로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네릭과는 구별된다.

위고비의 공급 부족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국들이 세마글루타이드 원료를 사용해 자체 조제한 비만 치료제를 판매할 수 있도록 약 2년에 가까운 기간 한시 허용했다.

허가는 올해 5월 종료됐지만 저렴한 복제약으로 노보 노디스크의 점유율과 매출에 타격을 입혔다. 지난 7월 노보 노디스크는 실적 경고와 함께 CEO 교체를 발표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