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00%" 트럼프 강공 현실성은…'EU 15%' 합의는 어쩌고

25% 품목관세, 금속은 50%, 의약품·반도체 100% 이상…무역전쟁 승리 자신감
'최혜국대우' 韓·日 반도체도 EU처럼 15% 정상…IT기기 함께 적용시 애플도 치명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1000억 달러 규모의 애플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8.0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관세 부과 조치가 실제로 어떻게 발표될지 주목된다.

100% 고율 관세가 강행될 경우 한국 핵심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를 약속한 데다 애플 등 자국 빅테크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100% 관세를 강행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1000억 달러 투자 발표 행사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와 칩(부품 또는 소자)에 대해 약 10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동차 25%, 철강·알루미늄 50%, 구리 50% 등 다른 품목관세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는 이날 반도체 관세 부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25% 품목관세, 이제 세자릿수 빈번…트럼프 '자신감'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품목관세는 대체로 최초 25% 수준이었으나 이후 50%로 상향하더니 최근엔 100% 단위 예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율을 150%, 250%로 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발 관세 충격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가운데 세계 각국과의 상호관세 관련 무역 협상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10%)과 베트남(20%), 인도네시아(19%) 등에 이어 일본과 유럽연합(EU), 한국(이상 15%) 등 주요 교역국과 잇따라 무역 합의를 체결하면서 관세율 인하를 무기로 대규모 항공기·에너지 판매와 농산물 시장 개방은 물론 수천억 달러 규모의 천문학적 대미 투자 등 성과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트럼프의 언급대로 실제로 반도체 관세율이 100%로 확정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앞서 다른 품목관세나 국가별 상호관세의 경우도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았던 만큼 실제 구체적인 부과 계획을 담은 공식 발표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U 반도체 15% 합의…한일 '최혜국대우' 상충 가능

트럼프 행정부가 100%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기에는 난제도 적지 않다. 우선 유럽연합(EU)은 반도체에 15% 세율을 적용받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미 백악관도 홈페이지에 게재한 '미·EU 무역 합의 팩트시트'를 통해 반도체 15% 관세 부과를 명시했다.

여기에 한국·일본이 지난달 미국과 무역 합의를 통해 반도체·의약품 관련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즉 EU가 15% 반도체 관세라면 한국과 일본은 15%보다 높은 관세를 받아서는 안된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의 100% 반도체 관세 언급 직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반도체나 바이오 부분에서 다른 나라에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며 "만약 15%로 최고 세율이 정해지면 우리도 15%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가 100% 관세를 맞을 일은 없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입장에서 반도체 관세에는 애플을 포함한 미국 빅테크의 운명도 걸려 있어 신중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스마트폰, 노트북 등 반도체가 다수 들어가는 IT 기기를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이를 반도체 항목에 포함해 별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100% 관세, 아이폰도 사정권…점진적 부과 전망도

애플 등 미국 빅테크들이 대부분 중국을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어 중국과의 높은 상호관세가 적용되면 기업의 존폐가 위태로울 정도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고려해 IT 기기를 상호관세에서 빼내 반도체 품목관세에 묶어놓은 것이다.

특히 애플의 경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제품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집권 때 벌어진 1차 미중 무역전쟁 때도 일부 애플 제품에 관세 면제 조치를 취했다.

만약 반도체에 100% 품목관세가 적용되면 애플에 대한 별도의 특혜 조치가 없는 한 미국 내 아이폰 가격 인상을 비롯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고려해 의약품처럼 반도체 관세도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플을 예로 들며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짓기로 확실히 약속한 기업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반도체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시기를 두고 단계적으로 관세율을 높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같은 이유로 애플이 반도체 관세 적용대상에서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약속했거나 이미 보유한 기업의 제품이 모두 면제된다는 의미라면 애플뿐 아니라 업계의 주요 대기업 상당수가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TSMC, 삼성전자,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즈 등은 백악관과의 협력을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생산망 확장 계획을 이미 공개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