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죽고 저만 남았어요"…히말라야 대홍수가 남긴 참혹한 현장
NYT "파괴 흔적 역력…고속도로 빵 껍질처럼 가장자리만 남아"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모두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떨어지며 네팔에 파괴적인 대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27일(현지시간) 티베트 접경지에서 뉴욕타임스(NYT)가 만난 주민 대부분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었다.
불과 몇 분 만에 모래와 잘게 부서진 암석이 뒤섞인 회갈색 진흙더미가 갑자기 밀려들어 삶의 터전을 지워버렸다. 심지어 잔해조차 강 하류로 휩쓸려 내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했다.
다와 라마(45)도 마찬가지였다. 라마는 전날(26일) 오전 9시 직전 천둥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불어왔던 순간을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순식간에 거대한 흙탕물이 12년 동안 살았던 티베트 국경 마을 티무레의 집을 덮쳐, 라마의 재산뿐만 아니라 아내와 7살·8살 난 두 딸까지 휩쓸어 갔다.
라마는 "모두 죽고 저만 살았다"며 "언제까지 희망을 품고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족을 잃은 이웃은 라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위로했다.
미용사 부샨 타쿠르(38)는 거대한 진흙 벽이 자신을 향해 밀려오자 미용실에서 달아났다고 설명했다. 타쿠르는 살기 위해 다른 2명과 함께 산비탈을 뛰어오르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며 "우리는 계속 뛰고 또 뛰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라마와 타쿠르를 포함해 대홍수가 발생한 네팔 북부에서 구조된 수백 명의 사람은 티베트 국경에서 약 27㎞ 떨어진 마을 둔체에 머물고 있다. 이곳엔 네팔군 수색·구조 기지가 있다.
둔체에 있던 일부 주민은 헬리콥터를 통해 트리슐리와 네팔 수도 카트만두 같은 더 큰 도시의 임시 대피소로 이송되고 있었다.
앞서 네팔과 티베트 접경지인 히말라야 산맥 일대에서 빙하 붕괴로 암석·얼음·진흙·잔해물이 산악 하천 계통으로 밀려들면서 전날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군용 헬리콥터를 타고 대홍수가 난 보테코시강을 둘러본 NYT기자는 수많은 파괴 흔적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강을 따라 네팔과 티베트를 연결했던 고속도로는 갑작스러운 홍수에 거의 완전히 사라져, 마치 "빵 껍질"처럼 도로의 가장자리만 남아 있었다. 집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곳곳엔 강물이 휩쓸고 간 약 200m 높이의 진흙 흔적이 있었다.
대홍수로 400명 가까운 인명이 목숨을 잃었고, 1500명 이상이 실종됐다.
이날 오후까지 네팔군은 약 500명의 생존자를 찾아냈으며, 전날에도 200명을 구조했다.
군 고위 관리는 "수색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수색 작업은 앞으로 3~4일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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