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벽 안에 '20대 간호사 시신' 숨기고 영업…공청기 5대 돌려 냄새 차단

일본 49세 사장, 단골손님 살해 후 시신 유기

숨진 간호사 쿠도 히나노(왼쪽)가 유기된 마츠쿠라 도시히초의 술집. (TBS NEWS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일본 홋카이도의 한 술집 벽 안에서 실종됐던 20대 여성 간호사 시신이 발견됐다. 용의자인 술집 주인은 시신을 유기한 채 태연히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나 현지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4일 마이니치신문, TBS NEWS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새벽 홋카이도 히다카초의 한 술집 벽 안에서 발견된 시신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간호사 쿠도 히나노(28)로 확인됐다.

쿠도는 지난달 31일 오후 4시쯤 자택 근처에서 쇼핑하는 모습이 인근 방범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불명됐다. 전날 쿠도는 할머니에게 전화해 "내일은 남자 친구와 느긋하게 보낼 예정이고, 새해 첫날에는 출근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1일 저녁 쿠도는 직장에 출근하지 않았고, 이를 이상히 여긴 그의 할머니가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히다카초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마츠쿠라 도시히코(49)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두 사람은 평소 사냥 협회(엽우회) 활동을 함께하며 알고 지낸 사이였고, 쿠도는 마츠쿠라가 운영하는 주점의 단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도의 지인은 "(가게 영업 종료 후) 두 사람이 함께 가게에서 나오는 걸 자주 봤다. 그곳에서 자고 간 적도 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벽 안에 쿠도 히나노가 유기된 모습.(TBS NEWS 갈무리)

마츠쿠라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가게 벽에 숨겼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이에 경찰이 술집 내부를 수색한 결과, 창고 벽 안쪽에 있는 약 1평(3.3㎡) 남짓한 공간에서 쿠도의 시신이 발견됐다. 벽은 나무판자로 막혀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숨긴 상태였다.

경찰은 곧바로 마츠쿠라를 시체 유기 혐의로 체포했다. 부검 결과, 쿠도의 사인은 목 압박에 의한 질식사였으며 사망 후 약 10일이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마츠쿠라는 범행 후 시신을 벽에 숨긴 채 지난 2일부터 신년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고객들에게 "무슨 냄새가 나나요?"라고 물은 뒤 4~5대의 공기청정기를 작동시켜 시신 부패 냄새를 숨기려고 시도했다.

이날 매장을 방문했다는 손님은 "가게 안에 공기청정기 여러 대가 돌아가고 있어서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깊은 사이인 줄 몰랐다"는 쿠도 지인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이들이 연인 관계였는지 조사 중이다. 동시에 마츠쿠라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도 수사하고 있다.

쿠도의 지인은 "쿠도는 조용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는 아이였다. 착하고 성실했으며 허술한 면도 전혀 없었다. 병원에 취직하면 할머니에게 효도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던 아이였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우발적 범행 가능성…정상 영업이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것"

한편 마츠쿠라가 위험을 무릅쓰고 시신을 숨긴 채 가게 영업을 계속한 이유에 대해 범죄심리학자 데구치 야스유키는 우발적 범행에 따른 행동이라고 봤다.

데구치는 "그가 살인범이라고 가정한다면, 보통은 계획성이 매우 높다. 살해 후 시신을 어디에 유기할지, 어떻게 도주할지 등 모두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 즉 갑작스러운 감정 폭발로 인해 발생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사건을 은폐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마츠쿠라는 시신 처리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데구치는 마츠쿠라의 범행 이후 심리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데구치는 "마츠쿠라는 극심한 동요 상태에서 시신을 빨리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지만, 동시에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 큰 불안을 느낀 것"이라며 "그런 동요와 불안 속에서 영업을 계속했을 가능성이 있다. 가게 문들 닫으면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사람들이 정상 영업 중인 가게에 시신이 숨겨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도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더라도 범인은 냄새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