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 '그 사진'만 골라 '좋아요' 누른 남편…"이혼 사유" 판결
튀르키예 법원 "혼인 파탄 책임 남편에게"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다른 여성의 SNS 계정을 찾아가 '좋아요'를 반복적으로 누른 것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튀르키예 법원 판단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대법원 제2민사부는 한 여성이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아내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다.
중부 카이세리 가정법원에 제출된 진술서에서 아내는 "남편이 지속해서 말로 나를 모욕했고,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남편이 SNS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들의 사진, 특히 선정적인 것에 자주 '좋아요'를 누르고 때로는 호감이나 유혹으로 읽힐 수 있는 댓글을 남겼다"고 밝혔다.
아내는 "남편의 이러한 행동이 부부간 충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혼을 제기하면서 월 5000리라(약 17만 원)의 생활비와 50만 리라(약 175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남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오히려 아내가 우리 아버지를 모욕했고, 지나치게 질투가 심하다"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동시에 "아내의 주장으로 내 명예가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혼인 파탄의 주된 귀책이 남편에게 있으며, 아내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했다.
이에 남편에게 △월 500리라(약 1만 7000원)를 아내에게 임시로 지급하고 △이혼으로 인해 빈곤 상태에 놓일 아내에게 월 750리라(약 2만 6000원)를 생활비로 줘야 하며 △법정이자를 포함해 손해배상액으로 8만 리라(약 276만 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남편은 지급액이 과도하다고 항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항소심 법원은 "다른 여성들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행위는 혼인 관계의 신뢰를 약화했다"라며 "겉보기에는 무해해 보이는 온라인 상호작용이라도 감정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항소심 법원은 아내에게 지급해야 하는 생활비를 월 1000리라(약 3만 5000원)로 상향했고, 손해배상액은 6만 리라(약 207만 원)로 낮췄다.
항소심 법원의 판결에 남편과 아내 모두 불복해 상고했고, 소송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의 판단을 만장일치로 인용해 확정했다.
튀르키예 이마모을루 변호사는 현지 언론에 이번 판결이 이혼 소송에서 온라인 활동이 강력한 증거로 인정되는 전환점이 될 거라고 전했다. 그는 "이제 스크린숏, 메시지, 모든 디지털 상호작용이 각 당사자의 책임을 판단하는 데 고려될 것"이라며 "SNS를 사용할 때 이를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번 판결은 온라인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 누리꾼은 "'좋아요' 하나로 관계가 무너진다면 그 결혼은 애초에 단단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제 '익명 좋아요' 기능이 필요할 때"라고 비꼬았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모든 온라인 '좋아요'와 SNS를 살펴보는 행위 자체가 불륜이나 배신으로 판단된다면, 사람들은 늘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한다. SNS는 표현의 자유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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