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적게 하고 많이 먹어" 약혼녀와 결혼 취소, 1000만원 반환 요구
중국 남성, 예단비·연애 비용 반환 소송 제기
法 "예단 50% 반환…연애 비용은 '공동 소비'"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중국인 남성이 약혼녀와 결혼을 취소하겠다며 혼인 비용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시나파이낸스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9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거주하는 남성 허펑은 약혼녀 왕창에게 파혼과 함께 이미 지급한 혼인 비용 2만 위안(약 420만 원), 연애 중 발생한 3만 위안(약 630만 원)을 돌려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허펑은 올해 초 중매를 통해 왕창이라는 여성을 만났다. 두 사람은 몇 달간의 교제 후 결혼하기로 결정하고, 약혼식을 올렸다. 전통에 따라 허펑은 왕창 가족에게 2만 위안을 예단으로 지급했다.
약혼 후 왕창은 허펑 가족이 운영하는 마라탕 가게에서 일하게 됐고, 두 사람은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 이들은 마치 접착제처럼 꼭 붙어 잘 지냈고, 허펑은 왕창에게 자주 선물을 사줬다. 심지어 티팬티, 검은 스타킹 등 속옷을 선물하며 애정을 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허펑은 왕창에게 불만을 품게 됐다. 첫 번째 이유는 왕창의 식성이었다.
허펑은 "약혼녀가 먹는 양이 매우 많았다. 국 한 그릇에 밥을 두그릇씩 먹었다. 가끔 여기에 간식까지 먹었다"라며 "마라탕을 좋아하는 약혼녀는 매번 큰 그릇에 먹었고, 때로는 하루 3번 먹을 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번째 이유는 게으름이라고 했다. 허펑은 "약혼녀는 쉬운 일만 골라서 하려고 한다. 어려운 일은 두려워한다. 책상 닦고 옷을 개는 것만 좋아하고, 바닥을 닦거나 물건을 옮기는 것 같은 힘든 일은 '힘이 약해서 할 수 없다'고 한다"고 답답해했다.
허펑은 "그렇게 많이 먹고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앞으로 집안일은 나 혼자 다 짊어져야 하나 싶었다"라고 토로했다.
이런 약혼녀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낀 허펑은 가족과 상의 끝에 이 혼사를 끝내기로 했다. 허펑은 약혼 반년 만에 "일은 적게 하고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왕창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동시에 2만 위안의 예단과 연애 기간 지출한 3만 위안을 반환하라고 했다. 여기에는 티팬티와 검은 스타킹 비용도 포함됐다.
왕창도 이별에 동의하며 "지난 반년간 함께 지내면서 허펑이 너무 지나치게 따지고, 계산적이라고 느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예단은 돌려줄 수 있지만, 연애와 동거 기간 발생한 비용은 공동 지출에 속하므로 내가 전부 부담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왕창은 "내가 마라탕 가게에서 일했지만 아무런 돈도 못 받았다. 만약 헤어지게 된다면 반년간 나의 기여도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중 누구도 양보하지 않자, 결국 허펑은 "약혼녀는 많이 먹고 쉬운 일만 하려고 하고, 게으르기 때문에 가정을 꾸리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왕창을 고소했다. 그 증거로 자신의 소비 기록을 제출했다.
재판 중 왕창은 "당신이 내게 쓴 모든 돈을 이렇게 정확하게 기억할 줄 몰랐다. 심지어 스타킹, 티팬티 비용까지 제출하다니 놀랍다"라고 비꼬았다. 동시에 "쉬운 일만 하고 많이 먹는다는 비난은 너무 억울하다. 내 식사량은 타고난 것이고, 체력이 없지만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은 "연애할 때 함께 식사하거나 영화 보거나 작은 선물을 준 건 '공동 소비' 또는 상호 간의 마음 표현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돈은 갚을 필요가 없다"라며 "하지만 예단은 다르다. 결혼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지출로, 결혼하지 않았다면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환불할 것은 환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먹는 양이 많고 쉬운 일만 한다는 이유로 예단을 반환하라는 것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왕창에게 1만 위안(약 210만 원)을 반환하라고 했다. 허펑이 더 이상 돈이 매달리지 않기로 하면서 양측은 조정에 합의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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