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프, 中 저가 공세 맞서 무역장벽 추진…EU판 '301조' 제안
EU에 공동서한…"일부 국가와 교역불균형 감당 불가 수준" 中 겨냥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독일과 프랑스가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를 며칠 내로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유럽연합(EU) 차원의 새로운 무역 규제 수단을 공동 제안했다.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5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 서한을 보냈다.
양국 정상은 서한에서 "체계적인 시장 왜곡 행위"가 EU의 역내 경제와 산업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며 긴급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진 않았으나, 덤핑, 보조금 지급, 통화 태환성 제한 등 EU 회원국들이 중국이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해 온 불공정 무역 행위를 언급했다.
양국 정상은 EU 집행위원회를 향해 두 가지 신규 무역 규제를 조속히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하나는 한 국가에 대한 과도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 비율 상한을 두는 '다변화 수단'이며, 다른 하나는 정치·경제적 수단으로 공정 경쟁을 훼손하는 국가의 EU 단일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제도다.
양국 정상은 또한 무역 규제 조치가 EU 회원국 27개국의 가중 과반수에 해당하는 15개국 이상이 반대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통과되도록 제도적 문턱을 대폭 낮출 것을 제안했다. 또한 EU 집행위가 규제 조치를 신속하게 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며칠 내'를 의미할 수 있다고 독일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독일 당국자들은 이번 제안이 미국 무역법 301조와 유사한 강력한 무역 규제 수단을 신설해 EU의 무역 불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WSJ에 전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해 관세 등 다양한 보복 조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당국자들은 이를 통해 중국과의 통상 분쟁이 발발할 경우 EU가 신속한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이같은 제안에는 중국의 저가 제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EU의 산업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WSJ는 이번 제안이 "중국의 무역 회담을 앞두고 EU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600억 유로(약 543조 원)에 달했다. 유럽 기업들은 EU 역내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에 밀려 핵심 산업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프랑스와 독일은 무역에서 보여준 순진함에 마침표를 찍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교역 상대국과의 불균형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EU의 행동 개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독일 당국자들은 이 규제가 특정 국가만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개시한 관세 전쟁이 다시 격화할 경우 미국을 상대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EU판 301조' 도입 추진을 두고 중국 기업과 제품에 차별적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말 발표한 입장문에서 "양측이 무역·투자 문제를 놓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EU가 협상과 동시에 대중 압박을 강화한다면 상호 신뢰를 훼손하고 협상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jwl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