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베리아 '페스트설'에 크렘린까지 진화 나서…美·EU도 주시

방역연구소 28세 직원 급성 폐렴으로 사망…이후 페스트 의혹 확산
병원 격리·접촉자 197명 관찰…러 당국 "페스트균 불검출" 공식 확인

브라질 캄피나스의 세계 동물보건기구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검사하기 위해 샘플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2023.04.2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서 치명적 감염병인 페스트 확산 의혹이 번지는 가운데 현지 보건당국에 이어 크렘린궁까지 진화에 나섰다. 러시아 당국의 잇단 부인에도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이르쿠츠크주에서 페스트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둘러싼 소문과 관련해 공식 정보만을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분야를 담당하는 주무 기관은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이라며 "각종 소문이나 추측에 귀 기울이지 말고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에는 이 분야의 고도로 전문적인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르쿠츠크주에서 페스트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르쿠츠크 방역연구소 직원 다리야 시필로바(28)가 이달 2일 주내 셸레호프 지역병원에서 급성 폐렴 증세로 숨진 뒤부터다.

곧이어 현지 언론에서는 시필로바가 연구소 근무 중 살아 있는 박테리아 배양액이 든 시험관을 실수로 깨뜨렸으며, 감염된 에어로졸을 흡입한 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했다.

시필로바는 중증 폐렴과 고열, 객혈 증세를 보여 셸레호프 지역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의료진은 애초 코로나19를 의심하고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호흡기까지 연결했으나 끝내 환자를 구하지 못했다.

현지 매체들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시필로바가 폐렴형 페스트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정확한 진단명이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셸레호프 지역병원은 1일부터 격리 조치에 들어갔고, 사망자와 접촉한 197명이 관찰 대상에 올랐다.

러시아 보건감독기구인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의 안나 포포바 청장도 모스크바에서 약 4100㎞ 떨어진 이르쿠츠크로 급파됐다.

이고리 코브제프 이르쿠츠크 주지사는 포포바 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위생·방역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뒤이어 현지 매체들이 이르쿠츠크의 여러 병원이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지만 당국이 즉각 이를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으면서 감염병 확산설은 더욱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지난 4일 정밀검사 결과 시필로바의 검체에서 페스트균을 포함해 업무와 관련된 병원체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시필로바의 사망 원인은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연구소 내부 점검에서도 위험 병원체와 관련한 사고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망자와 접촉한 사람들 가운데 페스트 감염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르쿠츠크주와 셸레호프의 위생·역학 상황은 안정적인 상태라며 지역 내 페스트 발생설을 거듭 부인했다.

이 같은 당국의 잇단 해명에도 페스트 확산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과 EU 당국도 러시아에서 폐렴형 페스트가 발생했을 가능성과 관련한 보도를 인지하고 이르쿠츠크주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유럽 순방길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사안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당장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이런 게 외부로 퍼져나가면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했다.

EU 당국도 이르쿠츠크주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