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 영토 공격받으면 모든 무기 사용"…핵 사용 가능성 시사
"러 전략미사일군 98% 이상 현대화…핵무기 절대 안 쓰인다고 확신 못해"
러 외교당국의 對나토 경고 되풀이…우크라전 장기화 속 러·나토 대치 격화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부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주를 비롯해 러시아의 어느 지역이든 직접 공격받을 경우 자국이 보유한 모든 무기의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1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으로, 앞서 러시아 외교 당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측에 발신한 경고를 되풀이한 것이다. 러시아는 나토가 전략적 요충지 칼리닌그라드 봉쇄를 염두에 두고 인근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나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을 확전해 폴란드와 발트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제 러시아 전문가 회의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이 경우 칼리닌그라드와 어쩌면 다른 일부 영토에 대한 공격이 발생한다면 러시아가 보유한 모든 무기를 사용하는 문제가 불가피하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의제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토와의 충돌 상황을 가정해 "우리보다 병력 규모가 두 배 큰 상대와 맞서게 될 것이고, 그들은 막대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그 위협에 맞설 병력과 수단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인정했다.
이어 "따라서 우리는 이 싸움에서 우리의 경쟁 우위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것과 같은 타격 수단은 다른 어느 나라도 갖고 있지 않으며, 이것이 우리의 경쟁 우위"라고 주장했다. 핵무기를 포함한 러시아의 첨단 전략무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리는 핵전력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전략미사일군은 98%가 넘는 수준으로 현대화돼 있으며, 이 정도의 현대화 수준을 갖춘 핵보유국은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년 전 등장한 활공형 탄두가 있고,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방어체계(MD) 돌파 시스템과 중거리 무기도 있다"며 "모두 첨단 기술을 적용한 최첨단 무기"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핵무기가 절대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 주요 강대국들의 무기고에는 모든 생명체를 파괴하거나 최소한 지구를 재앙적인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며 "그런 무기가 절대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 물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 초반 무대 벽에 총이 걸려 있다면 결국 그 총은 반드시 발사된다'는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연극 원칙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를 염두에 두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 외교 당국은 지난달 30일 나토에 보낸 서한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칼리닌그라드를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고립시키려는 어떤 시도라도 감행할 경우 영토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력과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밖에도 아일랜드와 벨기에 주재 자국 대사관 성명을 통해 나토가 칼리닌그라드주를 대상으로 공중·해상 봉쇄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러시아는 이를 막기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발트해 연안에 있는 러시아의 서부 역외영토로, 러시아와 나토 모두에 군사·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다.
나토 입장에서는 발트3국과 나머지 나토 회원국을 잇는 육상 연결로와 인접해 있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발트해 진출을 위한 핵심 군사 거점이자 나토 진영에 맞서는 최서단 전초기지다.
유럽 안보 당국은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서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로 이어지는 약 100㎞ 거리의 '수바우키 회랑'을 점령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의심한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을 이루는 이 회랑을 러시아가 점령하면 발트3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들에서 떨어져 고립된다. 칼리닌그라드에는 이미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 전력 등이 배치돼 있다.
반면 러시아는 나토가 칼리닌그라드 봉쇄 작전을 염두에 두고 발트해 등의 인접 지역에서 지속해서 회원국 연합 훈련을 실시해 오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싼 러시아와 나토의 공방은 우크라이나전 장기화 속에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의 대서방 하이브리드 공격 의혹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대치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벌어졌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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