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흑해 항만 공격에 세계 곡물가 가파른 상승
"세계 밀값 1년새 15% 상승…FAO 식량가격지수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 러·우크라, 상대국 항만 지속 타격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와 아조우해의 주요 수출 기반 시설을 집중 공격해 무력화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확철이 한창인 가운데 양국 모두 대체 수출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만간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도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주요 곡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양국 곡물 수출의 상당 부분은 흑해 주요 항만을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로 공급된다.
러시아는 밀·보리·옥수수 등의 주요 수출국이다. 특히 밀은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세계 밀 수출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정보업체 '패스트마켓'의 곡물시장 리포터 마샤 벨리코바는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러시아가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만큼 주요 수출항인 흑해와 아조우해 항만의 차질은 세계 시장에 "엄청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옥수수와 밀, 보리, 해바라기유 등의 주요 생산·수출국이다. 최근 몇 년간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약 6%, 옥수수 수출의 11%를 담당했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전에는 세계 밀 수출의 10%, 옥수수의 15%, 해바라기유의 절반을 공급했었다.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대표부는 지난달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세계 식량 공급 능력을 체계적으로 옥죄고 있다"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의 수백만 명을 상대로 기아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벨리코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수출 차질에 "세계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면서 "아직 (우크라이나전이 터진) 2022년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지는 상당하다. 현재 상황은 오히려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곡물·식용유·유제품 등 주요 식품의 국제가격을 종합해 산출하는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8월 133.3을 기록해 7월의 130.8보다 상승했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삼는 지표로, 8월 지수 133.3은 평균보다 국제 식품가격이 약 33%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FAO에 따르면 유럽 일부 지역의 고온·건조한 날씨까지 겹치면서 세계 밀 가격은 1년 전보다 15% 올랐다.
이런 와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호 장거리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양국은 지난 5~6일 미국 특사단의 모스크바·키이우 방문을 계기로 서로 상대국 수도에 대한 공격을 일시 중단했지만, 다른 지역에 대한 장거리 공습은 계속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일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가 공격한 표적 가운데 흑해 해역의 특정 시설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8일 새벽에는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오데사주의 항만들을 공격했다.
올여름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상대국의 항만과 수출터미널, 상선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곡물 수출 루트에 큰 타격을 입혔다.
흑해와 아조우해의 주요 러시아 수출항은 수개월에 걸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멈추거나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大)오데사 항만'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오데사주의 3개 주요 수출항인 오데사항, 초르노모르스크항, 피우덴니항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일부 곡물을 발트해 항만과 라트비아·리투아니아 터미널로 돌리고 있지만, 이들 시설의 처리 능력은 남부 흑해 항만을 통해 통상 수출되는 물량의 약 1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도 대체 수출 루트로 이즈마일항을 비롯한 다뉴브강 항만과 철도, 도로, 페리 등의 운송을 늘리고 있지만 대오데사 항만의 운항 중단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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