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노선' 고수한 獨 AfD 압승…유럽 극우 '온건화'에 균열
온건 노선 거부하면서도 지선 압승…유럽 극우 '선명성 경쟁' 신호탄 우려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대안당)'이 강경 노선을 유지한 채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유럽 극우 정당들의 '온건화 전략'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1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그동안 유럽의 극우 세력은 집권을 위해 정책 노선을 온건화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와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다.
멜로니 총리는 2022년 집권 후 이민 정책에서는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고, 대외적으로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협력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러한 행보는 '멜로니화'(Melonisation)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르펜 대표 역시 EU 탈퇴 주장을 철회하고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등 '탈악마화'(Dédiabolisation) 전략에 공을 들여왔다. 르펜 대표는 내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 정치인의 성공은 유럽에서 극우 세력도 집권 과정에서는 결국 온건 노선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AfD는 반이민·반이슬람·친러시아 성향의 입장을 강화하는 등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티노 크루팔라 AfD 공동대표는 2024년 "'멜로니화'는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AfD가 다른 사람들의 존중을 얻기 위해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AfD는 지난 6일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43.8%를 득표하며 압승했다. 전체 83석 가운데 39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 기준인 42석에는 3석 모자랐지만, 압도적인 제1당으로 올라섰다.
폴리티코는 AfD의 승리가 유럽 극우 정당들에 기존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극우 정치인들이 멜로니 총리나 르펜 대표를 모방할 이유는 줄어드는 반면, AfD의 전략을 따라 할 동기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초극우 세력들은 AfD의 압승 소식에 환호했다. 멜로니 총리보다 훨씬 강경한 극우 성향을 보이는 로베르토 반나치 예비역 육군 소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제 우리를 계속 극단주의자라고 불러보라"며 "인구의 절반이 AfD 편에 선다면, 정의상 극단주의라는 비난은 증발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의 극우 성향 정치단체 '레콩키스타' 지도자 아폰수 곤살베스는 AfD의 승리가 민족주의와 정체성 중심 정책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국가를 구하기 위해 우리에게 정확히 필요한 종류의 정책"이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극우 정당 셰가(Chega)의 온건 노선을 비판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AfD의 급진 노선이 '텃밭'인 옛 동독 지역 밖에서도 통하는 승리 공식이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지방 선거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더 폭넓은 유권자층에 호소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급진 극우 정당이 실제 집권하더라도 이들의 공약이 재정적·제도적 현실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극우 정당들은 기성 정당이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지지를 넓혀왔다. 하지만 막상 집권한 뒤에는 이들 역시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고 같은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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