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오르반 물러난 헝가리, 러 외교관 10명 무더기 추방

"안보·주권 보호"…구체적인 혐의는 공개 안 해
러시아 외무부 "가혹한 대응 조치 취할 것" 경고

마자르 페테르 헝가리 총리 <자료사진>. 2026.04.13.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헝가리가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한꺼번에 추방하기로 했다. 친러시아 성향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가 물러나고 친유럽연합(EU) 성향 새 정부가 들어선 후 헝가리가 러시아와의 거리두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어니터 오르반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공관 직원 10명에게 출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오르반 장관은 헝가리 당국의 평가 결과, 이들이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외교관에게 용납될 수 없는 활동을 헝가리에서 했다"며 "이번 결정은 헝가리의 안보·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헝가리 정부는 추방 대상 러시아 외교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오르반 장관은 또한 이번 조치가 러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헝가리는 상호 존중과 규칙 준수를 토대로 (러시아와( 필요한 대화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테르 마자르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외무부의 관련 발표 내용을 직접 읽은 뒤 "정부는 헝가리의 주권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현지 매체 인덱스가 전했다.

외신들은 헝가리의 이번 추방 조치를 지난 4월 총선에서 마자르 총리가 오르반 전 총리의 16년 장기 집권을 끝낸 뒤 헝가리의 대러 정책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보고 있다.

오르반 전 총리는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EU의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다.

반면 마자르 정부는 올 5월 러시아 해외정보국(SVR) 요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지목된 주헝가리 러시아대사관 3등서기관 아르투르 수시코프를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수시코프는 오르반 전 정부와 가까운 외교·정책 연구기관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정보를 수집하고 최소 3명을 포섭하려 했다. 이에 헝가리 방첩 당국은 올 2월 그의 추방을 권고했지만 당시 오르반 정부는 이를 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오르반 정부에선 위법 활동이 적발된 러시아 정보요원들을 공개적으로 추방하기보다 조용히 출국시켜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는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2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시도 사건 당시에도 러시아 외교관 1명만 공식 추방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외무부는 헝가리의 외교관 10명 추방에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도 러시아 외무부를 인용, 러시아의 대응이 헝가리에 "매우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측의 구체적인 보복 조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 상대국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온 만큼 이를 계기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한층 격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