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검찰총장, 대형 부패 의혹 속 사임…젤렌스키에 또 '악재'

사기 콜센터 비호·돈세탁 조직 연계 의혹…"최대 500곳서 뇌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6.08.0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루슬란 크라우첸코 우크라이나검찰총장이 대형 부패 사건 연루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8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기성 콜센터들을 비호하며 거액의 뇌물을 받고 범죄 수익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 범죄 조직과의 연계 의혹이 제기된 끝에 사의를 밝혔다.

이에 최측근들의 잇따른 비리 사건 연루에 이어 최근 군 지도부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한층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크라우첸코 총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확인하며 "이는 정치적 결정이며, 난 이를 의식적으로 내렸다. 검찰총장직이 정치적 대립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문제의 범죄 조직이나 비리 의혹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크라우첸코 총장의 사직서 제출은 검찰총장실 국제협력국 부국장인 세르히 크로피바가 부패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찰청(SAPO)은 지난 주말 검찰총장실 고위 간부가 이끈 것으로 의심되는 범죄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결과, 작년 중반께 결성된 이 조직은 우크라이나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콜센터들이 단속받지 않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당국은 범죄 수익이 부동산 매입이나 제3자 명의 자산, 조직 관계자들의 은행 계좌 등을 통해 세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이 조직을 검찰총장실 고위 당국자가 이끌었으며, 현직 검사들과 검찰총장실 외부 인사들도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사법당국 소식통들을 인용, "콜센터 1곳당 매달 약 7000달러(약 940만 원)가 검찰총장실 관계자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소 100곳의 콜센터가 이 같은 비호 아래 운영됐다면 매달 70만 달러(약 9억 40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 셈"이라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특히 올해 활동이 정점에 달했을 당시 이들이 최대 500곳의 사기성 콜센터를 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지 법원은 이 사건 핵심 피고인인 검찰총장실 부국장 크로피바와 그의 여자 친구 옐리자베타 이바흐넨코를 구속했다.

NABU가 공개한 녹취엔 범죄 조직을 비호한 것으로 의심되는 '보스'가 언급돼 바로 크라우첸코 총장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ABU는 수사 과정에서 크라우첸코 총장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법원 심리 과정에선 크로피바와 크라우첸코 총장이 가까운 관계였다는 정황도 공개됐다. 수사 자료에 따르면 크로피바는 크라우첸코 총장 자택 수리 공사를 해주는 등 사적인 도움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7일 크라우첸코 총장을 만나 그의 사임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크라우첸코는 작년 6월부터 검찰총장을 맡아왔다.

우크라이나에선 지난 1년간 부패 스캔들로 여러 고위 당국자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가운데는 안드리 예르마크 전 대통령실장과 이리나 무드라 전 대통령실 부실장, 헤르만 할루셴코 전 법무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