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위력에 80년 유럽 기득권 정치 휘청…2029년 EU 총선도 영향권?

독일 작센할트주, 전후 첫 '극우 주총리' 탄생 눈앞
스웨덴·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주요국 선거 주목

키어 스타머 전 영국 총리(왼쪽부터)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자료사진> 2026.02.13.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독일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실제 집권 가능성을 증명하면서 지난 80년간 유럽을 이끈 중도 기득권 정치 질서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 시작한 극우 정당 부상의 파장이 이번 주 스웨덴 총선에 이어 내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유럽 주요국에서 열리는 주요 선거를 거쳐 2029년 유럽연합(EU) 의회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은 7일(현지시간) 옛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단독 정부 구성을 위한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득표율 44%로 승리했다. 연정 구성 절차를 거쳐 AfD의 집권이 확정되면 전후 독일 역사상 첫 극우 주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유로뉴스는 "AfD의 주 선거 압승은 유럽 전역에서 극우 세력 단독 집권의 전주곡일 수 있다"며 "현 추세가 계속되면 2029년 유럽의회 총선에서 기존 주류 정당들이 처음으로 집권을 위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작센안할트가 이미 오랜 기간 극우 텃밭이던 낙후 지역이란 측면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AfD는 최근 독일 전국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정당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도부. <자료사진> 2025.02.23. ⓒ AFP=뉴스1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최근 10년 새 극우 정당이 눈에 띄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2022년 10월 집권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우파 연정이 2차 대전 후 현지 최장수 정부 기록을 갈아치웠다.

프랑스에서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극우 국민연합(RN)의 지도자 마린 르펜은 내년 4월 대선에서 사상 첫 극우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영국 역시 극우 개혁당이 최근 부패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10월 네덜란드 총선과 올 4월 헝가리 총선에선 극우당이 패배했지만 극우 세력은 꾸준히 유럽 기득권 정치를 잠식하고 있다. 스웨덴,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체코, 핀란드에서도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이미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 중이다.

CNN 방송은 "유럽 극우 정당들의 인기는 이민, 임금 정체, 탈산업화 및 주류 정당들의 대응 실패에 대한 불만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국가에서 중도 세력이 과거처럼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유럽 주류 정당들이 극우당과의 협력을 거부하는 '방화벽' 기조를 고집하다가 '불편하고 불안정한 자신들만의 연합'에 갇히면서 실질적인 정책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극우 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다음 시선은 오는 13일 스웨덴 총선과 20일 독일 베를린 및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로 쏠리고 있다. 이들 선거는 작센안할트주 선거에 이어 유럽 극우 정당이 어디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