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의 질주…'방어적 민주주의'의 균열①[최종일의 월드 뷰]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주총리 후보인 울리히 지크문트가 6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작센안할트주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열린 AfD 선거 행사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6.09.06 ⓒ 로이터=뉴스1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주총리 후보인 울리히 지크문트가 6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작센안할트주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열린 AfD 선거 행사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6.09.0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대안당)'이 지난 6일(현지시간) 44%에 달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직전 주의회 선거 당시 득표율(21%)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대안당은 지난해 연방하원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돌풍을 이어갔다.

반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연방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의 득표율은 17%로 반토막 났다. 독일 통일 이후 작센안할트주에서 줄곧 주요 정당으로 자리 잡아온 기민당으로서는 사상 최악의 성적이다.

"우리가 역사를 만들었다"…작센안할트주 삼킨 극우 돌풍

강력한 이민 제한, 대(對)러시아 관계 복원, 우크라이나 지원 삭감, 유로화 탈퇴 등을 주장하는 대안당의 울리히 지크문트(35) 대안당 작센안할트 지부 대표 겸 주총리 후보는 "우리가 역사를 만들었다"며 "국민들은 마침내 정치적 변화를 원한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우리와 함께 그것을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대안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실제 집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작센안할트주 의회 83석 가운데 대안당은 39석을 확보해 과반에 3석이 부족하다. 연정 구성을 둘러싼 정당 간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선거가 독일을 넘어 유럽 전역의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안당은 2013년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남유럽 국가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유로 회의주의 정당으로 창당됐다. 이후 2015~2016년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를 거치면서 반이민·반이슬람 성향을 점차 강화했고, 이는 오늘날 대안당의 핵심적인 정치적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창당 초기 유권자들의 지지는 유로존 위기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항의 투표'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대안당에 대한 지지는 단순히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넘어 반이민·반이슬람 등 당의 핵심 의제 자체에 대한 공감과 지지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작센안할트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체된 경제와 높은 실업률, 국내 안보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대안당은 그 원인을 주로 이민과 이주민 문제에서 찾으며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주목할 점은 2025년 말 기준 이 지역의 이민자 비율이 약 7.9%로 전국 평균인 약 14.9%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민 문제는 지난 10년 넘게 이 지역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지크문트 후보의 개인적인 인기 역시 이번 대안당의 선전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사원 출신인 그는 대형 대중 집회와 역동적인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결합해 유권자들과 밀착하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전통 언론을 우회해 틱톡 등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고, 유세장을 마치 유명인의 팬사인회처럼 만들었다. 수시간 동안 줄을 선 지지자들과 포옹하고 사인을 해주며 셀카를 찍는 방식으로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히틀러의 집권에서 배운 교훈…'방어적 민주주의'와 '방화벽'의 시험대

독일 언론과 정치권이 이번 선거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극우 정당의 부상이 독일 민주주의가 가장 경계해온 역사적 경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독일 헌법과 정치 체제의 근간에는 '방어적(wehrhafte) 혹은 전투적(streitbare)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1930년대 독일의 민주주의는 외부의 군사 쿠데타로 무너지지 않았다. 나치당은 선거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확보했고, 아돌프 히틀러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총리에 올랐다. 이후 나치 정권은 의회의 수권법 통과를 통해 입법권까지 장악했고, 민주주의는 총·칼이 아니라 그 제도 내부에서부터 무너졌다.

전후 독일의 헌법인 기본법이 민주주의의 자기방어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를 없애려는 세력이 민주주의의 합법적 절차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연방정부와 의회, 사법부 등에 다양한 권한을 부여해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왔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정당을 위헌으로 판단해 해산시킬 수 있으며, 반헌법적 결사를 금지할 수도 있다. 공무원과 교사에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옹호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국내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을 통해 극우·극좌 및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감시해왔다. 헌법수호청은 2025년 5월 대안당을 "확인된 우익 극단주의 세력"으로 분류했다. 대안당이 내세우는 '민족적 혈통에 기반한 이해'와 이에 따른 인종차별적·반무슬림적 입장이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적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전화 통신 감청이나 비밀 정보원 활용 등 보다 강도 높은 정보 수집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대안당은 헌법수호청의 이 같은 분류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쾰른 행정법원은 지난 2월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헌법수호청이 대안당을 '확인된 우익 극단주의 세력'으로 분류·취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