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러시아산 원유 확보 경쟁…아시아 연료난 악화 우려

中, 러 우랄유 구매 늘려…인도 러 유럽항만 수입분 30% 급감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푸에르토카베요 앞바다에 홍콩 국적의 원유 운반선 ‘시 호스’가 정박해 있다. 이 선박은 러시아산 디젤유를 쿠바로 운송 중이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주 초 항로를 변경해 베네수엘라로 향했다.2026.03.29.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중동 전쟁으로 이란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를 둘러싼 중국과 인도의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석유제품 주요 수출국인 인도가 충분한 원유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 시장의 연료 공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중국의 8월 러시아산 해상 원유 수입량은 하루 125만배럴로 추산됐다. 이는 7월의 하루 142만3000배럴보다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7월과 8월은 지난 4월 이후 중국의 러시아산 해상 원유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두 달로, 중국 정유업체들이 중동산 원유의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산 해상 원유 대부분을 ESPO유(동시베리아-태평양유)가 선적되는 러시아 극동 코지미노 항만에서 들여왔다. 반면 러시아 유럽 지역 항만에서 주로 선적되는 우랄산 원유 수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로 7월 중국의 러시아산 해상 원유 수입 가운데 90%가 코지미노 등 아시아 지역 항만에서 출발한 물량이었고, 6월에는 그 비중이 78%였다. 하지만 8월 들어 러시아 아시아 지역 항만에서 선적된 원유 비중은 69%로 낮아진 반면, 유럽 지역 항만 선적분은 31%까지 높아졌다.

이는 러시아산 원유 대부분을 유럽 지역 항만을 통해 공급받는 인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인도의 8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187만배럴로 추산된다. 이는 7월 279만배럴, 6월 273만배럴에서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인도가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 가운데 유럽 지역 항만 선적분 비중은 7월 93.4%에서 8월 97.4%로 오히려 높아졌다.

그러나 인도 정유업계에 더 중요한 것은 절대 물량이다. 8월 러시아 유럽 지역 항만에서 인도로 들어오는 원유는 하루 182만배럴로 추산돼 7월보다 약 30%(77만배럴) 감소했다.

이 여파로 인도의 8월 하루 평균 전체 원유 수입량은 417만배럴까지 떨어져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의 하루 506만배럴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다.

8월이 끝나기 전 추가 화물이 집계되면서 수입량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국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물량을 대체할 원유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인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공급이 빠듯한 아시아 석유제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도가 경유와 휘발유의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8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량은 하루 129만배럴로 추산돼 7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두 달 모두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인도 정유업체들의 원유 부족 영향은 9월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인도의 석유제품 수출이 감소할 경우 아시아의 연료 공급난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