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日과 영유권 분쟁 남쿠릴열도 첫 방문…日 강력 항의(종합)

이투루프섬 찾아 공장·병원 시찰…앞서 러 정부 고위인사 5차례 방문
러·日 모두 자국 영토 주장…우크라전 개전 후 양국 협상 중단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지역 사할린주에서 열린 태평양함대의 미사일 순양함 '바랴그호'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8.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김지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의 이투루프섬(일본명 에토로후토·択捉島)을 방문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쿠릴열도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렘린궁 공보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 일정의 일환으로 쿠릴열도를 찾아 남쿠릴열도의 이투루프섬에 있는 '야스니' 수산물 가공공장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생산된 캐비어(생선알)를 시식하고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 쿠릴 중앙지역병원을 찾아 병원의 차량 운용 현황과 구급차 상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으며, 병원 차량 한 대를 새 차량으로 교체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러시아군 특수부대 장교 에두아르트 노르폴로프의 이름을 딴 현지 학교를 방문한 뒤 쿠릴열도를 관할하는 발레리 리마렌코 사할린주 주지사와 면담했다.

리마렌코 주지사가 면담에서 "가장 외진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도 모두가 '모든 것을 승리를 위해'라고 말한다"고 전하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에게는 승리자의 유전적 코드가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직접 쿠릴열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쿠릴열도가 속한 사할린주의 사할린섬은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쿠릴열도를 직접 찾지는 않았다.

푸틴에 앞서 러시아 대통령이나 총리가 쿠릴열도를 방문한 사례는 5차례 있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러시아 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대통령이던 2010년 쿠릴열도의 쿠나시르 섬을 방문했고, 총리 재임 중이던 2012년과 2015년, 2019년에도 다시 쿠나시르와 이투루프 섬을 찾았다. 2021년에는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이투루프섬을 방문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하보마이, 시코탄, 쿠나시르, 이투루프 등 쿠릴열도 남단 4개 섬(남쿠릴열도)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이들 섬을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자국 고유 영토라고 주장한다. 반면 쿠릴열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결과 이들 섬이 러시아 영토가 됐으며 러시아의 주권은 국제법적으로 확립됐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영유권 주장의 역사적 근거 가운데 하나로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러일 화친조약을 들고 있다. 이 조약은 이투루프섬을 포함한 4개 섬을 일본 영토에 포함시키는 국경을 설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소련군은 쿠릴열도와 남쿠릴 4개 섬을 점령했고 이후 소련 영토로 편입했다.

러시아는 일본이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쿠릴열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점 등을 근거로 남쿠릴열도에 대한 자국의 주권이 확립됐다고 주장한다.

남쿠릴열도 영유권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직까지 체결되지 못한 러시아와 일본 간 평화조약의 최대 걸림돌이다.

1956년 소련과 일본은 국교를 회복하는 공동선언에 서명하면서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평화조약 체결 뒤 시코탄섬과 하보마이 군도를 일본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쿠나시르와 이투루프의 귀속 문제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평화조약은 체결되지 못했다.

푸틴 집권 이후에도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 문제와 평화조약 체결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평화조약 협상을 중단했다.

이번 방문에 대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에토로후토를 포함한 북방 4개 섬은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일본은 이번 방문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이번 방문이 남쿠릴열도 영유권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하며 러일 관계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