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반전정당 야블로코 창립자 "당 총선 배제는 당국 두려움 방증"
우크라전 반대 내건 유일 정당…러 법원, 후보명단 등록 취소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 대법원이 9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반전 성향 야당 '야블로코'의 총선 참여를 사실상 배제하는 판결을 내리자, 야블로코 창립자이자 실질적 지도자인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는 "당국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에 따르면 야블린스키는 야블로코의 총선 후보 명단 등록을 취소하는 판결에 대해 "야블로코를 선거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당국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국은 이 모든 것을 두려워하고 있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래서 야블로코를 선거에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블로코가 '평화와 자유를 위하여!'라는 강령을 내걸고 선거에 나섰다면서, "야블로코 당원들은 휴전과 외교, 평화를 지지하며 핵전쟁과 정치적 탄압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주의 성향 야당인 야블로코는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정당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을 주장한 유일한 정당이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269명으로 구성된 야블로코의 연방 하원 의원 후보 명단을 등록했다.
그러나 러시아 대법원은 10일 친크렘린계 정당 '로디나'(조국당)가 제기한 야블로코당 후보 명단 등록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정당 야블로코가 추천한 제9대 국가두마(하원) 의원 후보자 연방 명부의 등록 취소 청구를 인용한다"고 밝혔다.
조국당은 야블로코가 후보 등록 서류 제출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식재산권과 저작권을 침해하고, 극단주의 대응 관련 법률과 선거자금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알렉세이 주라블료프 조국당 대표는 야블로코 측을 서방을 위해 일하는 "민족의 배신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표도 금융감독청(로스핀모니토링)으로부터 일부 야블로코 후보들이 해외 자금을 받은 사실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일부 후보들이 미국과 독일, 아랍에미리트(UAE) 등 여러 국가에서 자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블로코 측 변호인은 당이 해외 출처로부터 직접 자금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야블로코에 전달된 돈은 러시아인들의 기부금이었으며, 다만 이 기부자들 가운데 일부가 해외에서 돈을 받은 적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니콜라이 리바코프 야블로코 대표는 야블로코가 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입장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야블로코는 소련 붕괴 이후 한때 러시아의 유력한 자유주의 정치 세력이었지만 현재는 지방 의회에서 소수의 의석만 보유하고 있으며, 연방 하원에는 의석이 없다.
러시아 정부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전쟁에 반대하는 정치 활동가와 언론 매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왔다.
지난 6월에는 야블로코 부대표 막심 크루글로프가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당 부대표 레프 슐로스베르크는 '외국대리인'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군에 관한 '가짜뉴스'를 유포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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