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연료난에 황 함량 높은 저등급 휘발유 유통 전면 허용

"내년 7월까지 허용"…우크라 드론 공격으로 연료 생산 급감

우크라이나의 보급로 공격으로 러시아 당국이 연료 판매를 제한한 가운데 지난 6월 3일(현지시간) 러시아 점령지 크림반도의 휴양 도시 옙파토리야의 한 주유소에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6.06.0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 정부가 내년 7월 1일까지 황 함량이 높은 '유로-2', '유로-3', '유로-4' 등급 휘발유의 생산과 수입, 유통을 허용했다.

지금까지는 원칙적으로 가장 엄격한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유로-5' 등급 휘발유만 허용해 왔다.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에너지부는 5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정부령을 공개하면서 "이번 조치로 추가 휘발유 물량을 내수시장에 공급하고 공급 차질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자동차 연료의 환경 기준과 관련한 장기 국가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완화 조치는 제한된 기간에만 적용되는 위기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초 자국 내 판매가 허용되는 휘발유의 황 함량 기준을 유로-3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이는 러시아의 연료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 가운데 하나로, 올해 말까지가 시한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2016년 7월부터 원칙적으로 휘발유 1㎏당 황 함량이 10㎎ 이하인 유로-5 등급 제품만 내수시장에 출시·유통하도록 했다. 그보다 낮은 유로-2, 유로-3, 유로-4 등급 휘발유의 출시·유통은 단계적으로 금지됐다.

유로-2 휘발유는 2013년부터, 유로-3는 2015년부터, 유로-4는 2016년 7월부터 금지됐다.

러시아의 자동차용 휘발유는 환경등급에 따라 허용되는 황 함량이 다르다. 유로-2는 연료 1㎏당 최대 500㎎, 유로-3는 150㎎, 유로-4는 50㎎, 유로-5는 10㎎까지 허용된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황 함량 기준이 엄격해지는 구조다.

지난달 초 정부령은 유로-3 수준 휘발유의 유통을 올해 말까지 허용하는 조치였으나, 이번 새 정부령은 허용 범위를 유로-2·유로-3·유로-4까지 넓히고 생산·유통 시한도 내년 7월 1일까지 연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허용 연료 등급을 낮추는 정부 조치로 정제 공정을 덜 거친 휘발유까지 시장에 출시되면 연료 공급난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내 여러 핵심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발생한 공급 부족분을 완전히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황 함량이 높은 휘발유 사용이 늘어나면 유해 배기가스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6월부터 연료 공급난이 심화해 왔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에 비정기 보수로 주요 정유시설이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줄인 영향이 컸다. 러시아의 휘발유 생산량은 지난 6월 중순 지난해 6월 평균보다 약 25%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수출을 제한하고 인도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부족한 연료를 들여오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말 휘발유와 경유 등의 수출 금지 조치를 내년 1월 말까지 연장했다.

환경 기준이 낮은 휘발유의 생산과 수입, 유통을 내년 중반까지 허용한 이번 조치도 연료 수급난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cjyou@news1.kr